[경제경영]‘1인자’ 추종 말고 개성을 춤추게 하라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창조적 괴짜가 세상을 움직인다/요나스 리더스트럴러, 첼 노오스트롬 지음·조성숙 옮김/345쪽·1만6000원·황금가지

국가-정부에 의지하던 시대서 개인이 책임지는 세상으로

인간은 늘 계산적이진 않기에 기업도 ‘감성 마케팅’ 주력

현대 자본주의는 ‘가라오케 자본주의’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개인이 중요하다. 잘나가는 누군가를 모방만 해서는 중간은 갈지 몰라도 결코 최정상에 오를 수 없다. 스톡홀름 경제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이 책의 원제를 ‘가라오케 자본주의(Karaoke Capitalism)’로 지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들은 이런 틀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의미와 그 속에서 성공하는 법을 제안한다.

이젠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다.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이 좋은 예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정치학)에 따르면 1980∼1993년 미국에서 혼자 볼링을 치러 가는 사람들의 수는 10% 증가한 반면 팀별로 볼링을 치는 사람들의 수는 40% 이상 감소했다. 1983년 1억600만 명의 미국인이 ‘매시(MASH·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시청했지만 15년 뒤 인기 시트콤 ‘사인펠드(Seinfeld)’ 최종회를 시청한 미국인은 7630만 명에 불과했다. 한 주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줄어든 세태를 드러내는 것.

국가와 정부에 의지하던 세상에서 개인이 책임지는 세상으로의 변화는 극적이다. 1980년 ‘복지국가’ 스웨덴 정부의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60%였지만 2003년엔 54%로 줄었다. 같은 기간 네덜란드 정부의 지출은 56%에서 40%, 미국은 31%에서 20%로 줄었고 아일랜드 정부 지출은 46%에서 29%로 절반가량 줄었다. 국가가 무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영국에서 치과의사들의 수입의 절반 이상은 사(私)보험에서 나오며 영국인의 4분의 1이 사적인 의료보험료를 낸다.

저자들은 한 사회의 대표적 건물을 보면 그 사회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집트인에게 피라미드가 있고, 그리스인에게 아크로폴리스, 로마인에게 콜로세움이 있다면 현대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쇼핑몰이다. 교회보다 쇼핑몰이 붐비는 게 현실. 한 조사에 따르면 1968년 대학 신입생들에게 삶의 목표를 질문했을 때 재정적인 유복함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48%였지만 30년 뒤 같은 조사에서는 78%가 같은 대답을 했다. 가치관의 변화다.

저자들은 인간이 대부분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의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비판한다. 사람들이 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 감정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신경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감성을 지배하는 대뇌의 한 부분인 변연계가 이성을 통제하는 대뇌의 신피질보다 훨씬 강력하다. 기업들이 감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주식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스웨덴 광고계의 거물이자 앱솔루트 보드카 병을 디자인한 레온 노르딘은 인류가 생명과 젊음, 부, 정력, 행복에 대한 영원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광고를 만들었다.

저자들이 보기에 고도성장을 이룬 기업들 중에는 교만, 시기, 탐식, 정욕, 분노, 탐욕, 나태 등 기독교의 ‘7가지 죄악’을 교묘하게 이용한 곳이 많다. 저자들이 혁신(innovation)을 ‘시노베이션(sinovation)’이라고 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플래티넘카드, 금색의 항공 로열티 카드, 고가의 헬스클럽 회원권 등은 교만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데이비드 베컴이 광고하는 신발은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을 공략하며,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탐식을 행복으로 연결짓는다.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정욕을 상업화한 인터넷 포르노가 창출하는 수익은 온라인 콘텐츠 제공자들의 총수익 중 70%를 넘어선다.

저자들은 가라오케 자본주의에서 성공하는 리더십을 제시한다. 리더는 에고(ego)를 최소한도로 줄여야 인재를 모실 수 있다. 자신감과 자의식이 과도하면 부하직원의 능력을 보는 시력이 떨어진다는 것. 유능한 리더는 기업의 가치관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 리 스콧 주니어는 소형차를 몰고, 출장 때 값싼 호텔방을 다른 경영진과 같이 사용한다는 걸 자랑한다. 자화자찬하지 말고 명성과 평판을 유지하며 물러나라는 평범하지만 지키기 힘든 조언도 덧붙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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