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줌인] 대통령 특보 ‘위인설관’ 논란

입력 2005-05-28 03:10수정 2009-10-0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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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2004년 6월 4일 청와대. 6·5재·보궐선거 하루 전에 열린 고위 당청(黨靑) 협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정치특보직을 폐지하겠으니 당도 가급적 청와대 운영에 관해 불필요한 논란이나 간섭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

이후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해 온 문희상(文喜相) 대통령정치특보의 역할은 사라졌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기 전인 5월 23일 청와대. 노 대통령은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대통령정무특보 위촉장을 수여했다.

#장면2

2002년 1월 30일 청와대. 1·29개각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신임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이 차례로 신임 인사를 끝내자 “박지원(朴智元) 특보는 왜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순간 회의장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대통령특보는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어렵게 말을 꺼낸 뒤 간신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로부터 두 달 보름 뒤인 4월 15일 박 특보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돼 국무회의 참석 멤버가 됐다.》

대통령특별보좌관 제도는 박정희(朴正熙) 정권 때인 1970년 12월 10일 처음 도입됐다. 대통령특보의 힘은 대통령의 신임에서 나온다. 역대 정권의 특보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지원 전 정책특보의 힘도 바로 거기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정무특보도 그럴 수 있을까. 답은 일단 부정 쪽이다.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경선에서 낙선한 김 특보를 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력 관리’ 차원에서 발탁했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특보 자리를 주로 ‘자리보전용’과 ‘선거용’으로 여겨왔다는 것.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7일 대통령특보에 대한 장관급 예우를 폐지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할 뜻을 밝혔다. ‘대통령과 자유롭게 만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한’ 정도만 갖게 하겠다는 것.

노 대통령의 이런 뜻은 두 달 뒤 현실로 나타났다. 대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줬으나 공직을 맡지 못한 이강철(李康哲) 전 민주당 조직강화특위위원, 이기명(李基明) 전 노무현 후보 후원회장, 김영대(金榮大) 전 개혁국민정당 사무총장을 특보로 위촉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뜻은 청와대 참모진의 반대와 여론의 비판에 밀려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수석비서관들로 구성된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모양이 안 좋다’며 안건 처리를 차일피일 미뤘고 노 대통령도 몇 차례 ‘왜 처리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다 결국 없던 일로 했다”고 전했다. ‘명함 특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청와대 참모진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보 위촉 무산은 노 대통령이나 내정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던 모양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초 이강철 씨를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 아쉬움을 달랬고, 이기명 씨는 청와대를 방문할 때면 아직도 면회신청서에 ‘문화특보’라고 쓰고 있다고 한다.

특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집착은 강한 편이다. 2004년 4·15총선을 전후한 시기를 포함해 최근까지 모두 8명(3명은 해촉)을 특보로 위촉했다. 특보 자리만 9개였던 박정희 정권 이후 최대 규모였다.

먼저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자마자 2004년 1월 6일 경제특보로 위촉됐다. 이어 김원기(金元基) 전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을 총선 두 달여 전에, 문희상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총선 한 달여 전에 각각 정치특보 자리에 앉혔다. 이들은 ‘총선용 특보’로 임명된 셈이다.

그리고 이정우(李廷雨) 전 정책실장, 이병완(李炳浣) 전 홍보수석비서관, 김화중(金花中)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각 정책, 홍보문화, 보건복지특보로 위촉됐다. 이들 중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정책특보와 정부혁신특보를 4개월간 지낸 뒤 장관직에 오른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을 빼고는 ‘자리보전’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여권 주변의 지적이다. 따라서 특보의 역할도 현 정권에서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특보를 지낸 김원기 국회의장은 “대통령과 가끔 저녁이나 먹으면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가 특보의 역할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참모를 지낸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특보를 자주 찾으면 모를까 청와대 공조직 자체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특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무척 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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