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행정도시법 갈등…위기의 野黨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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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도중 허공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김경제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도중 허공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김경제기자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행정도시 법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은 둘로 갈라졌다. 당내 비주류 및 수도권 의원들은 이날 저녁 본회의 진행을 막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지만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지도부는 본회의 표결에 참여했다. ‘행정도시 이전’의 후폭풍이 한나라당에 휘몰아칠 태세다.》

▼박근혜 리더십 흔들…한나라▼

박 대표는 이날 세 차례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신행정도시 법안 당론 조정에 실패했다. 당장 박 대표 등 지도부는 신행정도시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로부터 거센 퇴진 요구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박 대표의 리더십이 기로에 선 것이다.

박 대표는 과거에 당을 사실상 지배했던 ‘이회창(李會昌)식 리더십’을 허무는 과정에서 덫에 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가 당내 계파별 지역별 편차가 큰 정치 지형에 지나치게 안이하게 접근함으로써 스스로 리더십의 무력화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신행정도시 법안 처리에 선뜻 합의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일부선 분당론 거론…두나라?▼

박 대표가 그동안 정국을 주도할 야당다운 ‘어젠다’를 창출해내지 못한 배경엔 복잡한 당내 세력 분포가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도부가 선도적인 어젠다를 내놓기에 앞서 당내 양 극단 세력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당내에서는 ‘차라리 이념적 지향점에 따라 헤쳐 모이자’는 분당론이 벌써부터 나왔다. 지난해 초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중도 퇴진했을 때 수도권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당 해체 후 신당 창당론’이 급부상했었다.

이날 신행정도시 법안 통과로 당내 갈등이 화해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 만큼 분당론은 더욱 힘을 얻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분당론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박 대표의 당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어 분당론의 불길이 한층 거세게 번질 전망이다.

▼‘빅3’ 대권 전초전…세나라?▼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의 이면에 차기 대선을 노리는 박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빅3’의 신경전이 깔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 대표 측은 하루빨리 한나라당에 불리한 수도 이전 이슈를 잠재운 뒤 새로운 이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수도 분할’에 반대하며 정면돌파 쪽을 택했다. 아직 대선까지는 3년이 남아 있어 충청권을 설득하면 수도권과 충청권을 함께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지사 측은 “수도권은 각 지역 주민들이 모여 사는 ‘모자이크 표심(票心)’”이라며 “반발강도가 심한 충청권을 다독인 뒤 수도권도 살리는 상생 전략만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3’의 향후 행보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의원 세 규합과도 직결돼 있어 당내갈등 확산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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