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신석호/北 구빈리 협동농장의 인센티브제

  • 입력 2004년 4월 18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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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02년 7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놓은 뒤 생산 현장에 시장경쟁원리를 대폭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시장을 공식 인정하고 현대식 종합시장을 전국 곳곳에 세우고 있습니다.

평양시 강동군 구빈리 협동농장은 경쟁촉진을 위해 물질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생산을 크게 늘린 곳입니다. 한국의 인도적 지원단체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회장 이일하 목사)의 지원도 농장의 성공에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지난달 28일 등 2002년 이후 모두 네 번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농장에서는 농장원 1200명이 염소 3000마리를 키우고 옥수수 등을 재배합니다. 임귀남 농장지배인은 2002년부터 염소 사육에 개인 경쟁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염소를 잘 먹이고 젖을 많이 생산한 농장원에게는 더 많은 돈을 주고 그렇지 않은 농장원에게는 돈을 적게 나눠줬습니다.

주민 소득격차는 2002년 5배에서 2003년 10배로 벌어졌습니다. 염소 키우기에서 1등을 한 부부는 지난해 20만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북한 일반 사무원 월급 3000원에 비하면 엄청난 소득입니다. 염소를 죽이거나 게으른 탓에 빚을 진 부부도 생겨났습니다.

20만원을 번 부부는 색 테레비(컬러TV) 녹화기(비디오) 냉동기(냉장고) 등을 샀지만 돈을 한 푼도 못 번 가정에서는 부부싸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경쟁으로 노동의욕이 높아지면서 농장 총수입도 2002년 4800만원에서 지난해 60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농장 수입을 능력에 따라 나눠주다 보니 빈부 격차는 커졌지만 농장 전체가 나눠가질 파이는 더 커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늦게나마 물질적 인센티브 등 시장 경쟁의 효율성을 깨달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북한의 시장경제 개혁이 잘 진행돼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펴지길 기대해 봅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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