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아이 성격은 엄마가 만든다

  • 입력 2003년 5월 1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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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쥐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튜어트 리틀’ 같은 영화 팬들에게는 화나는 일이겠지만, 의사들은 쥐를 실험동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쥐는 값이 싸면서도 생리적으로도 인간과 비슷한 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레빈 박사는 한 무리의 새끼 쥐들을 엄마 쥐로부터 매일 3∼15분 정도 떼어놓고, 다른 새끼들은 3∼6시간 정도 떼어놓아 보았다.

그리고 이들 쥐새끼가 다 자란 뒤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장기간 엄마와 이별한 쥐는 짧은 기간 떼어놓은 쥐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해 생리적, 행동적으로 훨씬 예민하게 반응함을 발견했다.

이는 스트레스 조절과 관계되는 CRF 신경세포 반응의 차이 때문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엄마가 새끼에게 대하는 태도의 상이함에서 유래한다. 즉 새끼가 짧은 기간 분리된 경우는 엄마가 그 이별을 보상하려는 양 자주 핥아 주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떨어진 경우에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예로 SHR라는 종류의 쥐는 성장하는 동안에 고혈압이 생긴다.

그런데 SHR 쥐의 새끼를 정상 쥐 엄마가 양육하면 SHR 엄마로부터 자라난 쥐에 비해 고혈압이 발생하는 시기가 더 늦어진다.

또한 겁 많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기로 유명한 BALBc 생쥐를 새끼를 자주 핥아 주는 C57 품종 엄마가 키우면 BALBc 엄마로부터 양육된 동료보다 겁이 덜하고 스트레스에도 잘 견디는 쥐로 성장한다.

이런 결과를 보면 우리의 성격이나 행동에 타고난 유전이 중요하지만, 환경 역시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어린 아이의 경우 그 환경의 많은 부분은 바로 엄마가 차지하며, 어릴 적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아기의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 미래의 성격을 결정한다. 어릴 적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많고, 호기심이 적으며,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여성이 가정에만 남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위의 실험을 두고 생각해 보면 아이가 어릴 적에 여성의 직업은 아무래도 파트타임이 좋을 것 같다. 만일 엄마가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면 남편이나 할머니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남편 쥐나 할머니 쥐로 양육한 실험은 아직 없으므로 이들이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만큼 효과적인지는 확실치 않다.

김종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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