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송자/교통사범 赦免남발 위험하다

  • 입력 2003년 3월 23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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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현재의 50% 이하로 줄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민과 약속한 안전 공약 중 하나다. 이처럼 훌륭한 공약이 실천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단의 교통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필자는 우선 이런 대책의 일환으로 노 대통령이 “앞으로 정부의 사면 대상에서 교통법규 위반자들은 제외시키겠다”는 것을 천명해 줄 것을 요청한다.

도로교통법 위반자들은 경범죄처벌법 주민등록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의 위반자들과는 달리 무고한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법행위자다. 매일같이 교통사고로 1000여명씩 죽거나 부상하는 우리나라 교통 현실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들은 사면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

특히 음주운전이나 뺑소니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사람,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등 교통사고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10대 중대 법규 위반자들을 단순히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사면해 주는 일은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실제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자에 비해 중대 법규를 위반한 적이 있는 운전자의 사고율은 무려 25%나 높다는 것이 보험개발원의 통계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는 95년 12월 651만명의 교통법규 위반자들에게 사면을 실시했고, 98년 3월에도 532만명을 사면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도 481만명을 사면해 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이렇게 3∼4년 단위로 교통법규 위반자들을 수백만명씩 사면해 주는 행위가 과연 국민화합 차원에서 올바른 것인지 새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무분별한 사면은 정부가 스스로 공권력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잦은 사면 조치로 국민의 준법정신이 크게 약화되고 정부의 공권력을 무시하는 풍조가 사회 전반에 심각하게 만연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면 남발은 법을 위반하지 않고 선량하게 살아온 대다수 국민을 생각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자칫 국민의식 속에 “교통법규는 지키는 사람만 바보” “위반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사면된다”는 생각이 고착화되고 나중에는 총체적인 준법의식의 해이로 온 국민이 범죄인화될 우려도 매우 높다.

그동안 정부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근 2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를 3000명 이상 줄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런 때일수록 사고 유발 행위를 사전 차단해 교통사고를 줄여나가야 한다. 특히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등 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정지자와 교통사고의 직접 원인을 제공하는 중대 법규 위반자들을 가장 먼저 사면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또한 사면자들에게도 사면 후 일정 기간 내 재차 법규를 위반할 경우 가중처벌을 받도록 하거나 사면취소 처분을 내리는 제도를 도입,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사면에 따른 법규준수 의식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 사면의 달콤함을 맛본 수백만 운전자들은 신임 대통령 취임 후 또 한 차례 대규모 선심성 사면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로 이런 기대감이 운전자들의 법규준수 의식 해이, 교통사고 발생으로 연결돼 선량한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위험한 기대감을 새 정부에서는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

송자 안전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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