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행정수도 충청이전’ 전문가들 견해

  • 입력 2002년 12월 11일 00시 08분


‘행정수도 이전’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찬성론도 있지만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정치적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제시한 이전비용과 기간 자체가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해소 대(對) 시장원리 위배〓이정식 전 국토연구원장은 “충청권에는 이미 정부 대전청사가 건설돼 있어 새로 행정 기능을 옮긴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내놓은 이전비용 6조원에 추가로 4조원이 더 든다고 해도 정부 1년 예산의 10% 정도인 만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기형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국가 기능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수도 이전 이후의 효과를 감안하면 찬성할 만한 정책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도시 기능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킬 경우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를 옮긴다면 비즈니스 기능도 옮아갈 수밖에 없다”며 “수많은 기업들의 본사가 충청권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국가 경제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수도권의 1인당 생산성은 지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이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쟁력이 지방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의미하며 굳이 이를 수도 이전을 통해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도를 옮긴 뒤 발생할 수 있는 서울의 쇠락(衰落)에 대한 염려도 일고 있다.

박환용 경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행정 기능이 옮아가면 서울은 결국 땅값 하락과 도시 기능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서울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신도시 조성비용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6조원이면 행정 수도를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신도시가 제대로 정착되기까지의 기간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

최막중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6조원은 단순히 정부 부처를 옮기는 이사 비용일 뿐”이라며 “신도시가 제대로 기능하기까지는 최소한 20여년이 걸리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전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통일 이후는 고려하지 않나”〓남북한 통일 이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도 행정력이 미쳐야 하는데 구태여 지금 수도를 남쪽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막중 교수는 “서울은 통일 이후에도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입지여건을 갖고 있다”며 “굳이 행정수도를 하나 더 만든다면 북쪽에 둬야 할 일이지 남쪽으로 내려가서는 안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도시경제학)도 “당장의 수도권 문제를 풀겠다고 수도를 옮기면 통일 이후에는 수도를 또 하나 만들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안은 없나〓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것. 이에 따라 수도를 옮기기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갑성 교수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전까지도 수도권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따라서 굳이 신도시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자체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도시 기능을 이전해 경쟁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박환용 교수는 “6대 광역시와 주변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선행되는 게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고 개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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