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69~98년 30년간 범죄 추이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44분


우리나라에서 지난 30년간 발생한 범죄는 같은 산업화 과정을 겪은 선진국들과는 달리 ‘70년대엔 강력범죄, 90년대엔 재산범죄’라는 독특한 양상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안경비업체 에스원 산하 범죄예방연구소의 이현희(李賢熙·39·여)박사는 69년부터 98년까지 30년간 국내범죄의 발생추이(대검찰청 자료이용)를 분석, 그 결과를 최근 연구소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분석대상은 형법 관련 범죄 중 절도 사기 횡령 등의 재산범죄와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

▼70년대-무너지는 전통사회▼

이 시기의 범죄증가는 전통적 사회관계가 무너진 것이 근본원인으로 분석됐다. 급격한 산업화로 전통적 가치관과 산업화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범죄 발생건수는 인구 10만명당 70년 557.1건에서 79년 719.8건으로 27% 증가했고 특히 강력범죄의 경우 70년 10.6건에서 79년 15.3건으로 44%나 증가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차츰 풍요해지면서 강력범죄는 줄고 불어난 ‘국부(國富)’를 노리는 재산범죄가 주로 늘어난 서구 선진국들의 산업화 과정 시기의 범죄양상과는 다른 모습.

이 박사는 “급속한 산업화로 전통사회와 산업사회간의 갈등을 해소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강력범죄 증가의 원인”이라며 “선진국만큼 재산범죄가 극성을 부리지 않은 것은 70년대 아직 남아 있던 부(富)에 대한 공유심리가 경쟁심리보다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 건수
연도전체살인강도강간방화
699.41.82.64.30.7
7212.01.82.96.11.2
7515.01.64.57.91.0
7813.61.32.88.70.9
8121.01.66.511.81.1
8423.31.47.013.61.2
8722.51.67.512.11.3
9026.71.69.812.92.5
9326.41.86.516.02.1
9626.91.57.912.61.6
9833.22.111.613.02.5

인구 10만명당 재산범죄 건수
연도전체살인강도강간방화
699.41.82.64.30.7
7212.01.82.96.11.2
7515.01.64.57.91.0
7813.61.32.88.70.9
8121.01.66.511.81.1
8423.31.47.013.61.2
8722.51.67.512.11.3
9026.71.69.812.92.5
9326.41.86.516.02.1
9626.91.57.912.61.6
9833.22.111.613.02.5

▼80년대-얼어붙은 범죄심리▼

이 시기 인구 10만명당 범죄의 발생건수는 80년 800.4건에서 89년 571.8건으로 30% 가까이 줄었고 특히 경기호황으로 범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절도의 경우 80년 254.5건에서 94년 128.7건으로 50% 가량 감소했다.

이는 80년 중반부터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권의 엄격한 사회통제가 범죄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80년대 초반 삼청교육대 등으로 범죄단체들이 와해된 것도 원인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또 분석대상인 형법관련 범죄가 다른 법률 위반까지 포함한 총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년대 53.6%(418만3188건 중 224만3928건)에서 80년대 34.6%(807만9355건 중 279만4750건)로 떨어진 점을 지적하며 산업화 과정에서 형법 이외에도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법률이 크게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90년대-재산범죄 전성시기▼

강력 및 재산범죄를 포함한 모든 형법범죄 증가율은 73%였으나 사기 횡령 절도 등 재산범죄 증가율은 97%에 달했다.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정권과의 갈등이 개인간의 갈등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산업화 정보화로 끊임없이 국부가 늘어나던 이 시기는 오직 ‘내 것’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만 치열했다.

90년 인구 10만명당 370.2건 발생했던 재산범죄는 98년 730건이나 됐고 형법관련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0년 66%(24만145건 중 15만8413건)에서 98년 75%(45만2260건 중 33만8943건)로 높아졌다.

특히 사기의 경우 70∼89년 20년간 1.75배가 증가했으나 90∼98년 9년 동안 4.49배나 증가했다. 바야흐로 재산범죄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박사는 “90년대 들어서면서 재산범죄 중심의 선진국형 범죄 양상이 나타났다”며 “90년대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처럼 2000년대에는 절도 사기 횡령 등의 재산범죄 사범들과의 전쟁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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