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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비교릴레이]자식들 속썩이는 '여자 밝힘증' 아빠들

입력 2000-11-20 11:24업데이트 2009-09-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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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파파> 유천하 vs 'CLIMB THE MOUNTAIN' 사이토 요시유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맘을 안다는 말이 있다. 자식들 때문에 걱정이 끊일 날 없는 부모 심정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종종 만화에는 거꾸로 철이 덜 든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뒤치다꺼리하게 만드는 인물들이 있다.

<타로 이야기>의 타로 엄마는 고교생 아들이 힘겨운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아둔 생활비를 충동구매로 한 쾌에 날려버린다. <울 아빤 백수>에서도 마미 아빠는 늘 자신의 직업이 '마미의 아빠'라며 살림을 딸에게 맡긴 채 백수로 오락실을 전전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폴리스 파파>의 유천하와 'CLIMB THE MOUNTAIN'의 사이토 요시유키는 여자를 너무 밝혀 자식의 속을 끓이는 날라리 아빠들이다.

닉스 미디어에서 2권까지 나온 야마다 코이치의 <폴리스 파파>는 경찰관 유천하가 초등학교 3학년인 딸 고을이와 단 둘이 살며 벌이는 여러 가지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천하는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서라기보단 맘놓고 사람을 팰 수 있는 게 좋아 경찰직을 택했다. 도박과 폭력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데다 타고난 '막가파' 기질로 조직폭력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정도. 건달 왕철은 천하를 '형님'으로 모시고자 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결국 고을이의 숙제를 돕고, 함께 놀아주는 등 천하 대신 아빠 노릇을 해주게 된다.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카와하라 유미코 걸작선 시리즈의 첫 번째 단행본 'CLIMB THE MOUNTAIN'은 여자엔 도통 관심이 없던 고등학생 요시타카가 옆집에 사는 미하루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요시타카의 아버지인 요시유키는 에로 영화 감독으로 늘 집에서 에로 비디오를 틀어놓고 지낸다. 요시타카가 여자에 관심이 없는 이유도 아버지 탓에 에로비디오를 물리도록 보아왔기 때문이다. 요시타카는 늘 평범한 가정과 평범한 아버지를 동경하지만 반대로 친구들은 에로물이 넘치는 요시타카의 집을 부러워한다.

유천하와 요시유키는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지만 여자 밝힘증을 고치지 못해 아내들이 도망을 가버렸다. 그렇다면 정신을 차리고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잘 키워야 상식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들은 상식적인 사람이 아닌 황당한 만화 주인공들이다.

도망간 아내들 덕에 이들의 여자 밝힘증은 그대로 지병이 된다. 유천하는 고을이와 수영장에 놀러가서도 물 밑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을 상대로 추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고을이는 이미 그런 아빠에게 익숙해져서 혼자서도 잘 논다.

요시유키는 밤마다 집으로 에로 여배우들을 불러들인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야했어"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질린 요시타카는 요시유키가 친아빠일까봐 두려워 호적을 떼보지도 않을 정도.

천하와 요시유키의 도를 지나친 여자 밝힘증은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이어진다. 천하는 넘치는 정력을 해소하기 위해 불법으로 매춘을 겸하는 터키탕을 찾았다가 마침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쫓겨 알몸으로 거리를 질주한다. 요시유키는 길에서 만난 소녀가 아들의 여자친구인줄 모르고서 자신의 에로물에 출연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뺨을 맞는다.

그래도 천하와 요시유키는 나름대로 직업정신이 투철한 인물들이다. 천하는 한 눈에 많은 나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여탕을 범인 검거장소로 택한다. 요시유키는 생생한 표정 연기를 위해 여배우로 하여금 자고 있는 아들을 덥치게 해 연기 연습을 시킨다.

그런 아버지들 덕분에 자식들은 훨씬 일찍 철이 들었다. 고을이는 초등학교 3학년임에도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리는 것은 물론 아빠의 도시락까지 챙겨준다. 요시타카는 여배우들과 술판을 벌인 아버지를 위해 안주를 요리하고, 술값으로 축난 생활비를 걱정한다. 고을이나 요시타카나 자기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빠들이 어디 가서 사고나 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그 뿐인가. 그들은 가끔 지쳐서 신경질을 낼 때도 있지만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한마디로 이들은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들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늘 찌들린 얼굴에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오는 것이 제대로 된 가장의 역할처럼 생각되는 요즘, 우리의 가장은 스스로 행복해질 권리를 잊어 가는 게 아닐까. 가장이고 아빠이기 이전에 그들도 즐겁게 살고 싶은 인간이었음을 기억해주자.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지 않은가. 아마 그 방법이 '여자 밝힘증' 밖에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재연 <동아닷컴 객원기자> skiola@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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