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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가 사는법]서울중앙병원 간담도외과팀 황신교수

입력 1999-03-28 19:24업데이트 2009-09-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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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앞가슴이 깊게 팬 수술복. 그 위로 흰색 가운. 올들어 ‘평상복’을 입은 기억은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정도다. 1,2월에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수술실에서 보냈고 집(서울 송파구 신천동)에는 단 두 번 ‘우편물을 챙기기 위해’ 갔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간담도외과팀의 황신(37)교수. 그의 팀은 작년 국내 생체간이식수술의 약 80%, 뇌사자간이식수술의 약 29%를 맡았다.

★병원은 본가(本家)★

황교수는 15시간씩 걸리는 생체간이식수술을 매주 두차례 맡고 부정기적으로 뇌사자 간이식을 한다. 담과 췌장 수술까지 합하면 매주 10여건의 수술. 2박3일 동안 꼬박 수술에 매달려야 할 때도 적지 않다.

간을 이식받은 환자가 회복될 때까지 ‘24시간 스탠바이’. 중환자실 안의 당직실에서 생활한 지 2년이 넘었다. 작년 8월 이식환자 4명이 연달아 사망한뒤로 심기일전. “중환자실에서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告祀)까지 지낸 탓인지 요즘에는 간이식수술 성공률이 90%를 웃돕니다.”

★자투리 시(時)테크★

하루 수술 14시간, 환자돌보기 4시간, 잠자기 5시간, 취미활동 1시간. 오전7시 기상. 숙직실의 세면대에서 양치와 세수만 한다. 샤워는 수술 후 수술장에서. 스킨로션의 향기도 잊었다.

‘숨쉬기 운동’ 밖에 할 수 없는 병원생활. “‘살아남기 위해’ 수술 후 또는 환자를 마취하는 동안 교수휴게실의 러닝머신이나 아령으로 운동합니다.”

★취미활동 1시간★

자정이 지나면 연구실로 들어와 문을 잠근다. 20인치 모니터 5개, 디지털 VTR6대, 컴퓨터 5대 등으로 조그만 방이 가득차 있다. 수술 장면을 찍은 필름을 편집하고 지난 여름 찍어놓은 아들 성욱(4)의 동영상도 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카메라를 만진 탓인지 영상(映像)에 애착. 대학시절엔 8㎜ 카메라로 파도와 먹구름 등 움직이는 것을 영상에 담았다. 지금도 일본 월간지 ‘비디오살롱’을 정기 구독한다. 여기서 얻는 최신 정보를 PC통신의 창작비디오동우회에 올린다. “1시간동안의 취미활동이 끝나면 다시 1시간 정도 환자를 돌보고 돌아와 잠자리에 듭니다.”

★1천여통 시외전화 결과★

88년 부산대졸업. 90년 경남 함안군 공중보건의 시절 대학후배여성을 소개받았다. 3개월만에 ‘30대를 후회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아’ 청혼했다. 상대는 거절했지만 4년 동안 거의 매일 전화. 부산까지 가서도 시간이 없어 주로 김해공항 커피숍에서 만났다. 94년 결혼.

이런 생활에 익숙한 아내와는 쉽게 타협점에 도달했다. 아내는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아들과 함께 부산에 내려가 3년째 살고 있다. 지금은 딸 민영(1)도 생겼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성욱이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 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산으로 전화한다. “가족이 원하면 언제라도 지금의 생활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민과 꿈★

“환자의 생존가능성이 어느 정도로 예측될 때 수술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94년 국내 최초로 시작된 생체간이식수술.‘장기기증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아직은 ‘세팅’ 단계지만 3,4년 쯤 지나면 생체간이식수술분야에서는 확고한 세계 최고가 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저의 생활터전도 병원밖으로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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