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하이라이트]기억의 한 토막, 세상을 용서하다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SBS 12일 스페셜다큐 ‘기록버스 메모리…’

“제가 싫다고 하니까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 여자를 안 만나시더라고요. 아버지도 20년 전이면 남자였고 외로웠을 텐데…. 그때로 돌아가 그 여자를 받아들이고 싶어요.”(이영우·36)

100여 명의 사람들이 아프고 애틋한 각자의 기억을 버스 안에서 털어놓았다.

SBS는 12일 오후 11시 20분 다큐멘터리 ‘기록버스 메모리-기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방영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3대의 HD 카메라를 장착한 버스가 2007년 9∼11월 전국 방방곡곡 4000km를 돌아다니며 100여 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태운 뒤 삶과 추억을 고백하게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김영호(55) 씨는 스물 살 때 첫사랑과 헤어진 기억을 떠올렸다. 첫사랑 오빠의 반대로 헤어지게 되자 첫사랑은 ‘5월 셋째 주 서울 무악재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남긴다. 이후 그는 매년 5월 셋째 주에 무악재에서 첫사랑을 기다렸다. 아직도 첫사랑을 기억하며 딱 한 번만 만나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고스란히 기록버스에 담겼다.

다른 탑승자들은 교도소에 다녀온 일, 어머니의 병환을 애써 외면했던 일, 전학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 가슴 깊이 묻었던 기억들을 되살렸다.

강동길 PD는 “기억을 꺼낸 사람들은 ‘속이 후련해졌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도 용서하게 됐다’고 말했다”며 “보통 사람들의 기억 한 토막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 용담댐, 경남 산청과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지리산 오도재, 경기 파주 통일동산 등을 지나면서 촬영한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다.

SBS 서유정 책임 PD는 “시청자 반응이 좋다면 정규 프로그램 편성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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