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틀에 박힌 여행 그만… 뒷골목 맛집 찾아 GO GO!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그녀는 여행 얘기를 들려주면서 ‘하얏트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말을 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의 ‘디퍼런트’라는 책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기업들이 ‘차별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는 ‘그들만의 차별화’에 갇혀 있다는 얘기죠. 하얏트 같은 호텔에서 자고, 허츠 같은 렌터카를 빌려, 베르사유 같은 성을 구경 다니며 프랑스 요리 같은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여행,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기술이 발전하고 글로벌 기업이 늘어난 요즘, 우리는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경험을 하며 살아갑니다. 심지어 여행하는 순간에도. 그래서 최근에는 좀 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어블’이란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독특한 여행을 도와줍니다. 러셀 하우지라는 사람의 경우를 보죠. 그는 미국 애틀랜타의 광고대행사 직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져 해고된 뒤로 그는 새 직장을 구하는 대신 즐길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거리에 그려진 수많은 그래피티(낙서 형태의 벽화)를 소개하기로 한 것이죠. 하우지 씨는 그래피티 마니아여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미국 각 도시의 그래피티를 사진으로 담는 게 취미였습니다. 그는 이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펴냈고,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도 만들어서 사라지게 마련인 거리의 낙서에 영속성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하기 위해 ‘거리의 예술을 찾아서’라는 투어를 스스로 만들어 여행 가이드를 시작했습니다. 바이어블에 자신의 투어를 내걸고 37달러를 내기로 한 관광객을 모아 3시간 동안 샌프란시스코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뒷골목의 그래피티를 설명하는 여행입니다. 예전 같으면 관광 코스로 상상할 수 없었을 뒷골목 낙서는 이렇게 예술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국내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이란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고려대 학생들이 시작한 서비스인데 일단 이번 여름에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이 주된 타깃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둘러보는 파리 건축 여행, 독일에서 와인경영학을 전공하는 유학생과 함께 벌이는 라인 강 와인투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가 가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한국요리를 가르쳐주는 여행상품, 종로 뒷골목을 돌며 ‘서울사람’이 즐기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등이 이미 올라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입니다. 한국인이라고 한국 가이드에게 안내받지 못할 이유는 없죠. 저는 평소 눈여겨보지 못했던 경복궁 서편 ‘서촌’ 투어에 눈길이 가더군요. 서촌 지역 잡지를 발행하는 전문가가 3시간 동안 이 동네의 역사를 들려주는 투어입니다.

파리에 가면 모두가 에펠탑과 개선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센 강의 보트를 탄 뒤 샹젤리제 거리에서 쇼핑을 하던 천편일률적인 여행은 이제 지겨울 때도 됐습니다. 곧 여름입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진짜 여행을 경험할 방법을 고민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상훈 기자#That\'s I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