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취미활동 같은 창업… 따뜻한 공유경제 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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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따뜻한 공유경제 시대가 온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공유경제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자원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기술을 이용해 타인과 공유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기 집의 남는 방을 숙소로 빌려주는 에어비앤비라는 회사였습니다. 저도 기사를 쓰기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한 뒤로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3월 출장 때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잡았습니다. 집주인은 젊은 일본계 미국인 부부였죠. 남편 유타카는 정보기술(IT) 업체 엔지니어였고, 아내 마유코는 런던에서 무용을 전공한 프로 무용수였습니다.

그 집에서 묵던 중 유타카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자기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재주가 있는 엔지니어는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시대라는 얘기였죠.

얼마 전 유타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창 개발하던 ‘스키마토크’(www.skimatalk.com)라는 자신의 서비스가 드디어 완성됐다는 겁니다. 소비자로서 피드백을 부탁했기에 정성껏 의견을 적어 보냈습니다.

스키마토크는 일종의 온라인 영어 회화 사이트입니다. 하지만 어떤 영어교사도 고용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인터넷으로 교사와 학생을 연결해줍니다. 교사는 미국 대학생들입니다. 이들은 스키마토크에 이름과 사진, 대학, 전공과목, 관심사 등을 적어 영어교사로 등록합니다. 학생은 해외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소비자들입니다. 25분에 9달러를 내고 원어민의 수업을 듣습니다.

이를 위해 유타카가 짊어진 위험 부담은 매우 적습니다. 그는 회화 수업을 위해 스키마토크 회원들끼리 서로 ‘스카이프’라는 무료 영상통화 서비스의 ID를 교환하도록 했습니다. 핵심 서비스를 외부에서 빌려온 겁니다. 마케팅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가장 중요한 돈을 주고받는 결제기능은 ‘페이팔’이라는 결제서비스를 썼습니다. 페이팔은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가 인수한 결제 대행 서비스인데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 내면 세계 누구라도 이 서비스를 통해 돈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유타카가 한 일은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들을 가져다 부품을 끼워 맞추듯 조립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가 직접 개발한 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강의시간 예약 시스템과 수업이 끝난 후 교사를 평가하는 시스템 정도였죠. 그 덕분에 그는 직원을 따로 채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이 서비스 대부분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도 퇴근 이후와 주말의 자투리 시간만을 이용해서 말이죠.

창업은 유타카에게 취미활동 같았습니다. 적은 부담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죠. 그 적은 부담의 기초가 된 것은 앞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이를 무료로 공유했던 선배들의 기여 덕이었습니다. 유타카는 뉴턴이 말했듯, ‘거인의 어깨를 밟고 선 난쟁이’였던 셈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창업#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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