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최영준]‘우주의 무법자’ 우주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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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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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우주인들이 지난달 소유스 캡슐로 급히 대피했다. 우주잔해물이 250m까지 접근한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소연 박사가 거기 있었다면 아찔했을 것이다. ISS에서는 한 달에 세 번꼴로 우주잔해물 충돌경보가 발령된다. 충돌 예측이 미리 이루어지면 ISS를 이동시키지만 충돌 가능성이 불확실하거나 충돌 위험을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우주인이 대피한다. 이미 ISS에 우주인을 보냈고 인공위성도 여러 대 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적 이슈가 된 우주잔해물 문제에 적극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통칭해 우주쓰레기라고도 하는 우주잔해물은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지구 주위 공간에 떠도는 물체를 뜻하며, 자연물체(유성)와 인공물체로 나뉜다. 위성과의 충돌 확률이 희박한 유성체는 태양 중심의 궤도를 가지는 반면 인공물체는 지구 중심의 궤도를 돌고 있어 궤도잔해물이라고도 한다. 궤도잔해물은 폐기된 위성, 발사 때 사용된 로켓 상단, 위성 분리 또는 도킹 때 발생되는 덮개, 스프링, 심지어 페인트 조각까지 다양하다. 크기는 수 cm∼수십 m이다. 겨우 몇 cm 크기라도 초속 수 km의 속도로 운동하기 때문에 약 1cm 크기의 잔해물도 인공위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10cm 정도의 잔해물은 인공위성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은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리거나 다른 인공위성을 위협하지 않는 궤도로 이동시킨다. 하지만 안전하게 임무를 끝내지 못한 위성은 온도 조절이 불가능해 극심한 온도 차로 위성이 깨지거나 남은 추진체 또는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연쇄적으로 많은 잔해물을 만들어 낸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연쇄 추돌사고처럼 매우 위험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궤도잔해물국에 따르면 2007년 중국의 자국 폐기위성 요격실험 및 2009년 러시아 폐기위성과 미 통신위성의 충돌로 궤도잔해물이 50% 이상 갑자기 늘었다.

ISS나 아리랑 위성처럼 고도가 약 1000km보다 낮은 지역을 저궤도, 천리안 위성이 임무를 수행하는 3만6000km 지역을 정지궤도라 한다. 정지궤도에서 잔해물에 의한 충돌 위험은 확률적으로 높지 않지만 폐기위성이나 고장 난 위성의 접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도 작년 러시아 라두가 위성이 천리안 위성 가까이로 왔을 때 일시적으로 천리안 위성을 살짝 이동시킨 적이 있다.

우주잔해물을 찾는 데는 레이더와 광학망원경이 사용된다. 군사작전처럼 이동물체 탐지에는 레이더가 효과적이지만 고성능 레이더라 하더라도 고도 수천 km 이상의 잔해물을 추적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든다. 이에 비해 광학망원경은 정지궤도와 같은 높은 고도의 잔해물 추적에 주로 쓰이지만, 레이더로 일단 탐지된 저궤도 잔해물을 추적하는 데도 일부 활용된다. 게다가 예산이 적게 들어 세계 여러 나라에 설치해 감시 범위를 쉽게 넓힐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기초기술연구회와 한국천문연구원은 국가현안해결형사업(NAP)의 하나로 우주물체 전자광학감시체계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광학망원경을 세계 여러 곳에 설치해 우리나라 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충돌 위험이 있는 우주잔해물을 추적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웬만큼 살 만한 나라는 위성 한두 개쯤 가지고 있고 우주잔해물 피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어 한국과의 협력을 반긴다. 우리가 관측한 자료는 우리 위성 관제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협력국가의 우주잔해물 피해 방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우주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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