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03…아메아메 후레후레 (2)

  • 입력 2004년 2월 17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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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동료 경관과 함께 담을 향해 뛰었다. 담에 피가 튀어 있었다. 됐어! 맞았어! 내가 해냈어! 내가 잡은 거라고! 어이, 봤어! 담 앞에서 돌아보자, 구덕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백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뛰고 달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자기하고 똑같은 흰 셔츠에 국방색 바지를 입은 경관들이 피가 묻어 있는 담을 기어오르려다 오르지 못하고, 에잇, 씨팔, 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교문 쪽으로 뛰어갔다. 청년은 총신에 데지 않게 밀리터리 & 폴리스를 가죽 홀스터에 집어넣고, 핏자국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타다다닥 뛰어가 표적이 도약한 위치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두 손으로 담을 잡고, 매달린 꼴로 오른발 왼발을 들어올리고 담 너머를 내려보았다.

없다!

도망쳤나?

설마!

청년 사수는 담에서 뛰어내렸다. 담 아래에 거기만 사람 모양으로 여름풀이 짓뭉개진 곳이 있었다. 짙푸른 도꼬마리 이파리와 함박꽃 하얀 꽃에 빨갱이의 더러운 피가 묻어 있었다. 그 피를 군홧발로 짓밟은 청년은 갑자기 빈속에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켰을 때처럼 허기와 구역질과 오한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몇 초 동안 떨리는 두 손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8월의 빛이 다발이 되어 청년의 목을 태웠다. 머릿속이 찜통 같았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계심이라. 피 묻은 강아지풀 사이에서 폴짝 메뚜기가 튀어나와, 청년은 자기가 발기해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납덩이처럼 무거운 머리를 쳐들었다. 어디지? 어디로 간 거야? 그렇게 멀리는 못 갔을 텐데. 기숙산가? 아니지, 피다, 핏자국이 수영장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삐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따가닥 따가닥 말발굽 소리가 다가왔다. 그 놈은 내 거야. 아무도 손 못 대게 할 거야. 내가 쐈어. 내가 완전히 처리할 거야. 청년은 홀스터에서 밀리터리 & 폴리스를 꺼내, 총알이 몇 개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탄창을 밀었다. 세 발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여섯 발 모두 비어 있었다. 청년은 리볼버를 약간 위로 올리고 총신 밑에 붙어 있는 봉으로 탄창의 중심을 누르고 탄피를 여름풀 위에 떨어뜨렸다.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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