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73)

  • 입력 1997년 3월 19일 08시 05분


가을이 깊어지는 동안 〈28〉 이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의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던 시절 여자를 만났다. 여자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거라면 그때 그의 가슴에서 본 그 이름일 것이다. 『그때 그것조차 까마득히 잊고 가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군요』 『또 이름도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이름이었구요』 『그런데 제 얘길 어디에서 들었습니까?』 『사촌 오빠가 운하씨와 같은 학교 다녀요』 『제 친굽니까?』 그가 조금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여자에게 물었다. 친구라면 그것 또한 난감한 인연일 것이었다. 『아마 친구는 아닐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같은 학교 학생 중에 최일림이라는 사람을 혹 아시는지요?』 『잘 모릅니다. 보면 알지 몰라도…』 『그럼 학교로 가끔 벤츠를 몰고 다니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나요?』 그렇다면…. 그날 자신이 교문쪽으로 나올 때 서영이 앞에 차를 세우고, 서영이에게 무어라고 말을 걸던 그 남자라는 얘기였다. 그는 비로소 정면으로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진 마주 앉아 얼굴을 바라보아도 여자의 눈에 자신의 눈을 맞추지 못했다. 『아까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요?』 『최일림이라고…』 『아뇨. 그쪽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는 여자의 이름을 알면서도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은명혜예요. 그 오빠는 이종사촌 오빠고…』 『그럼 지금 내가 있는 기숙사가 어떤 기숙사인지도 잘 알겠군요』 『예. 조금은…』 『오빠가 말했어요. 김운하라고…』 『그 사람도 그때 우리 일을 알고 있는 겁니까?』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어떤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늘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닌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운하씨 이름을 말하고요. 그 오빠가 제게 알려준 건 거기까지예요』 <글: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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