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관찰력과 청계천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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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나들이 가는 청둥오리 가족’, (2017년)
박영대, ‘나들이 가는 청둥오리 가족’, (2017년)
청계천이 선물이란 걸 늦게 알았다. 고가를 허물고 물길을 내는 과정에서 몇 년간 공사 소음에 시달렸고 완공 후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취재를 다니는 데 애를 먹다 보니 청계천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식사 후 30분가량 산책하는 게 취미와 습관이 되면서 청계천은 어느덧 도심 직장생활의 즐거움이 됐다.

청계천은 사진작가들에게도 명소다. 빌딩 숲 속 청계 8경을 찍으며 풍경사진 찍기를 즐길 수 있고,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등 도심에선 보기 힘든 조류들의 모습을 찍으며 생태사진을 연마할 수도 있다.

풍경사진은 28mm 이하의 광각렌즈를 써야 청계천과 도심의 풍경을 잡을 수 있다. 조류, 어류 등 생태사진은 20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천변에 쌍쌍이 앉아 있는 연인들,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들의 실루엣도 인물사진에 관심 있는 사진작가라면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소재들이다.

기자인지라 청계천을 걸으면서도 여러 일을 상상하게 되는데 ‘만약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면 청계천은 달라질 것이다. 그걸 촬영하면 최소 사회면에는 실릴 수 있겠지…’란 생각을 했었지만 한 번도 그런 상황을 만나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부장 시절 깜짝 놀랄 만한 사진이 뉴스통신사의 단말기에 떴다. 잠깐 종로에 폭우가 내렸을 때 청계천 옆구리 수문이 열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올라온 것이다. 사진이 좋은 만큼 마음도 아팠다. ‘물먹었다’란 생각 때문이었다. 바이라인을 보니 친구처럼 지내는 기자의 사진이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그 기자가 마침 청계천 근처에서 식사를 한 후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것이었다.

사진은 본보 박영대 기자가 찍은 청둥오리 가족의 나들이 모습이다.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이 청계천에는 많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관찰력과 순발력이다. 생소한 일이 생겼다 싶으면 일단 렌즈를 들이대는 게 습관이 돼야 한다. 세상을 놀라게 할 특종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관찰력#청계천 풍경#박영대#나들이 가는 청둥오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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