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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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위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아니면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런정페이(화웨이 창업자), 위기를 경영하라 (양샤오룽·북스톤·2015년)

한때 시장을 호령했지만 기억에서 사라진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잘나갈 때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지 못했다.

‘중국의 삼성’으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항상 ‘위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2001년 화웨이가 중국 100대 전자기업에 들며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도 그는 화웨이의 겨울을 천명했다. 1987년 충분한 자금과 배경 없이 맨손으로 창업해 이뤄 낸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은 없었다. 그는 기회가 날 때마다 “나는 매일 실패를 생각했다.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고백할 뿐이었다. 런 회장은 성공에 도취된 조직원들을 깨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2000년 CDMA 등 사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화웨이에서 가장 잘못을 많이 저지른 사람은 바로 나”라며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했고 2007년엔 직원 1만 명에게 권고사직을 실시해 위기감을 고취시켰다.

이 책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 화웨이가 연매출 8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우뚝 서기까지 런 회장의 ‘위기 집착증’을 질리도록 보여준다. 저자는 동서양의 위대한 기업가들의 성공 이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빌 게이츠는 늘 ‘1년 반 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파산할 것’이란 걱정에 시달렸다. IBM 최고경영자(CEO)였던 루이스 거스너도 “두려움이 있어야 성공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성공한 나라’에서 ‘성공한 기업’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정치 사회 경제 분야 어느 곳 하나 위기가 아닌 곳이 없다. 아쉬운 점은 너무 늦은 위기 인식 타이밍과 함께 극복하자는 공감대 부족이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총수가 구속될 처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위기란 얘기가 나왔다. 다가올 겨울을 경고할 리더십이 아예 없었거나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에 부족했다.

런 회장은 2000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지 모른다는 위기론을 설파했다. “화웨이는 태평한 시기가 너무 오래 돼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주 많아졌다. 끊임없이 문제를 탐색하고, 스스로 비판해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도서#위기#위기를 경영하라#양샤오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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