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길 명품 길]<6> “제값 다 주고 운동복 사면 턱돌이가 아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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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단 마스코트’ 길윤호 씨의 가산동 아웃렛길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가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아웃렛 거리에 있는 스포츠 용품 판매점 앞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각종 패션 용품을 살 수 있는 아웃렛이 모여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가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아웃렛 거리에 있는 스포츠 용품 판매점 앞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각종 패션 용품을 살 수 있는 아웃렛이 모여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야구 시즌만 되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한 남자가 있다.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의 이름은 ‘턱돌이’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로 활약하는 턱돌이는 독특한 생김새와 그라운드에서 재치 있는 행동을 선보이며 웬만한 야구선수보다 더 유명해졌다. 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턱돌이가 운동 용품을 쇼핑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을 함께 걸어 봤다.

○ 쇼핑객의 천국, 금천구 아웃렛길


패션 아웃렛의 본고장으로 손꼽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웃렛길에 가면 각종 운동 용품 판매점이 모여 있다. 등산 용품부터 농구 축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관련 용품을 파는 매장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아웃렛이다 보니 시중 가격보다 20∼30% 싸게 살 수 있는 건 기본이다. 턱돌이로 활약 중인 길윤호 씨(29·사진)는 수년 전부터 이곳을 종종 찾는다. 운동화부터 트레이닝복까지 운동할 때 쓰는 각종 용품은 이곳에서 산다.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마리오아울렛 사거리까지 이어진 1km 남짓한 아웃렛길은 스포츠 용품 외에도 모든 패션 상품이 모여 있어 쇼핑객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주말이면 하루 20만 명이 찾을 정도다. W몰이나 마리오아울렛 같은 백화점형 아웃렛을 비롯해 LG패션 등 각종 브랜드의 공장형 할인매장도 곳곳에 있다.

금천구는 2010년부터 이곳 일대를 ‘패션-IT 문화존’으로 만들기 위해 거리를 확 바꿨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전선은 땅에 묻고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무대도 곳곳에 설치했다. 빽빽하게 상점들만 있던 자리 곳곳에 나무를 심고 벤치를 만들어 쇼핑을 하러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 어엿한 11년차 베테랑 마스코트

26일 오전 턱돌이가 이곳에 등장하자 주변이 술렁였다. 아침 시간이라 거리가 한산했지만 곳곳에서 턱돌이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길 씨는 원래 야구선수 출신이다. 중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야구 명문으로 손꼽히는 군산상고에서 투수와 중견수로 활약했다. 안타깝게도 손과 어깨 골절 부상을 입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라운드를 떠날 수 없었던 그는 졸업 직후인 2002년 마스코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턱돌이가 되기 전에는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에서 마스코트로 팬들 앞에 나섰고 이후 현재 넥센 구단의 전신인 우리 히어로즈가 2008년 창단하며 턱돌이로 자리매김했다.

목동구장 안방경기는 구단이 활동비를 지원해 주지만 지방 방문경기는 길 씨가 사비를 털어 응원을 다닐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마스코트들을 연구해 피켓에 문구를 적어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는 방법도 도입했다. 길 씨는 “애매한 심판 판정에 흥분한 관중이 그라운드로 던진 족발도 맞아봤다”며 “그럴 때 나서서 웃음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바꿀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5개의 목표를 모두 이룰 때까지 턱돌이로 활약할 계획이다. 열심히 살자, 방송에 출연하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는 3개 목표는 이미 이뤘다. 남은 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는 것과 넥센의 우승이다. 길 씨는 “넥센이 우승한 뒤 결혼하려고 했는데 빨리 우승해서 장가가고 싶다”며 웃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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