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침묵의 봄’ 선진국엔 오지 않는다… 박석순 환경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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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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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박석순 교수는 “국내에서도 죽음의 강을 되살려 매년 수영대회를 개최하는 울산 태화강은 환경 유턴 현상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사닥다리 제공
박석순 교수는 “국내에서도 죽음의 강을 되살려 매년 수영대회를 개최하는 울산 태화강은 환경 유턴 현상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사닥다리 제공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고, 부강한 나라가 환경을 지킵니다.”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이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사닥다리)를 펴냈다. 많은 환경운동가가 반(反)문명,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상황에서 “부국(富國)이 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사뭇 논쟁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의 부유한 생활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며,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주장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심지어 생태근본주의자들은 인간이 자연계의 암적인 존재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이들의 주장과는 정반대입니다.”

박 원장은 “환경비관론자들은 환경에 대한 충격적 경고를 위해 ‘슬픔을 파는 장사꾼’의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레이철 카슨이 예언한 ‘침묵의 봄’도 오지 않았고, 선진 산업국가에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숲의 면적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 산업사회에서 나타난 환경과 경제의 상생현상을 ‘유턴이론’으로 설명한다. 초기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오염이 가중돼 환경의 질이 저하되는 ‘잿빛성장’을 하지만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기술이 향상돼 환경이 다시 회복되는 ‘녹색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었던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등 대도시의 대기는 훨씬 맑아졌다. 미국의 국립야생생물보호구역은 1964년 3만600km²에서 1994년에는 42만 km²로 급속히 늘어났다. 반면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하에 있던 동독과 체코, 폴란드는 유럽 최악의 환경오염 지역이 됐다. 러시아와 중국도 마찬가지며 북한도 식량과 에너지난으로 인한 산림훼손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200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환경지속성지수에서 북한은 146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박 원장은 “서방세계의 환경을 다시 살린 일등공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며 “사회주의와 달리 자유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시민들이 투표권을 갖고 친환경 정책을 펴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국이 된다고 무조건 환경이 좋아진다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다”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의 바른 환경 및 경제성장 정책, 국민의 의식과 생활방식에 대한 변화가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책의 후반부에 에너지, 음식, 자원, 환경교육, 물관리 등에 대한 실천강령을 자세히 소개했다.

“천성산 사패산 터널 등 그동안 국내 환경단체들이 국책사업마다 재앙이 올 듯이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환경운동에 대한 피로감을 느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까 두려워요. 과학에 바탕을 둔 새로운 환경운동으로 거듭나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시민운동이 되면 좋겠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책의 형기#저자와 차 한잔#박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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