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의 배우열전]<8>중견연기자 정보석 씨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1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 씨(오른쪽)와 정보석 씨. 정 씨는 “연기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 씨(오른쪽)와 정보석 씨. 정 씨는 “연기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인생 경험 풍부하다면 누구나 훌륭한 배우 될수있어

아직도 연기에 아쉬움… 신인땐 하루만에 쫓겨나기도”

1990년 영화 ‘젊은 날의 초상’을 찍을 때였다. 이문열 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의 주인공 역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던 역이었다. 막 데뷔한 나는 투신자살하는 운동권 학생 ‘하’라는 단역이었다.

조감독이 오더니 주연인 정보석 씨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인사를 하러 갔다.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그는 “신인이면서 영화, TV 드라마, 연극까지 너무 많은 것에 눈을 돌린다. 한 가지에만 전념하라”고 말하더니 가버렸다.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아트’의 재공연에 이어 12월 5일부터 연극 ‘클로져’로 연극무대에 서는 정보석(46) 씨를 인터뷰하자고 자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재현=그때 그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어요. 물론 채찍질도 됐고요.

▽정보석=나도 신인 시절 궂은일을 겪어서 걱정이 됐어요. 당시는 방송사에 따라 배우들이 편 가름을 당하던 때인데, 배우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고요. 먼저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라는 뜻이었으니 오해 푸세요.(웃음)

▽조=진작에 풀었죠. 하하. ‘젊은 날의 초상’은 드라마에도 출연하셨죠?

▽정=신인 시절 MBC 창사특집극 주연으로 캐스팅됐다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서투르다고 촬영 하루 만에 쫓겨났어요. 최불암 김혜자 황신혜 씨 등 유명 배우들이 같이 했는데 얼마나 민망했겠어요. 짐을 싸고는 갈 곳이 없어 터덜터덜 중앙극장에 가서 문 닫을 때까지 영화를 봤어요. 이제 배우를 못하는 건 아닌가 울기도 하고 고민도 하다가 담당 PD를 찾아가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해서 단역으로 출연했어요.

▽조=연극 ‘아트’에 이어 ‘클로져’를 하시는데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정=‘신돈’, ‘대조영’, ‘달콤한 인생’ 등 3, 4년간 쉼 없이 TV 드라마를 해왔어요. TV 드라마를 하며 계속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 연극 무대에 서서 이것을 풀어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지금 그것들을 한꺼번에 푸는 거죠.

▽조=대학 강단에 선 지 10여 년 되셨는데, 배우 지망생인 학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정=저는 주로 듣고 보기만 해요. 학생들 불만도 많은데, 연기는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거든요. 연기는 자신의 인생 경험들을 끄집어내 캐릭터를 살리는 일인 것 같아요. 다양한 인생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저도 연기자는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경력이 쌓이면서 연기 스타일을 정립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요즘 걱정이 됩니다.

▽정=저도 학생들 앞에서 절대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아요. 행여나 그들에게 정석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우려돼서죠. 내 연기 스타일을 가르치는 건 아이들을 망치는 길이에요.

▽조=방송 대본이 괄호와 온갖 색깔로 가득한 걸로 유명하시잖아요. 사전에 대본 연구를 치밀하게 한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정=그 부분은 조금 바뀌었어요. 전엔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내가 준비한 만큼만 나오고 다른 사람들과 앙상블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전체의 흐름을 보며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거기 분석된 규격만 본 거죠. 동그라미, 괄호, 네모 등 온갖 도형이 가득했는데 내 연기의 한계를 짓는 것 같아서 안 하기로 했어요. 이제는 대본이 깨끗해요.(웃음)

12월 5일∼2월 8일, 서울 대학로 SM아트홀 2만5000∼3만5000원, 02-764-876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정보석 씨는…

△1962년 5월 2일 전남 나주 출생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영화 ‘젊은 날의 초상’ ‘개 같은 날의 오후’ ‘오! 수정’, 드라마 ‘사모곡’ ‘상도’ ‘신돈’ ‘달콤한 인생’, 연극 ‘아트’ 등 출연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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