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名건축]<7>올림픽선수촌 아파트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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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중앙에서 사방으로 뻗는 방사형 모양으로 어느 동에서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제공 일건건축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중앙에서 사방으로 뻗는 방사형 모양으로 어느 동에서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제공 일건건축
한국의 수도 서울을 ‘세계 속의 서울’로 발돋움하게 한 계기는 1988 서울 올림픽이었다.

유사 이래 한국이 개최한 행사 중 가장 규모가 컸을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널리 알리며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일대 20만여 평의 대단지에 자리 잡은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1988년 올림픽의 흔적(痕跡)이 깊이 남아 있는 장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과 임원진, 기자단의 숙소였다. 올림픽이 끝난 뒤 민간에 분양돼 아파트 122개 동에 5540가구가 살고 있다.

10일 오후 찾아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얼핏 보기에도 보통 아파트와 달랐다. 완공 당시 ‘웜 그레이(warm gray)’로 불렸던 고급스러운 색상은 바래 있었다.

나무 터널이라 해도 좋을 만큼 울창한 단지 내 가로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6층에서부터 높게는 24층까지 계단식의 층수 변화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스카이라인이 시선을 끌었다.

중앙 상가와 광장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은 층수를 낮게, 멀어질수록 층수를 높이는 건축설계가 적용됐는데 채광을 좋게 하고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를 항공사진으로 보면 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바퀴살처럼 뻗치는 방사형이다. 남향을 지향하는 전통적인 아파트 문화 기준으로 보면 방향을 무시한 셈이지만 덕분에 사방 어디에서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동 간 간격도 널찍널찍하다.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 바닥 총면적의 비율)이 137%를 겨우 넘길 정도.

지상공간이 충분한데도 용적률 150% 미만 아파트로서는 이례적으로 지하 주차장을 만들었다. 지상에 1815대, 지하에 3199대가 주차 가능하다.

실내공간이 노출되기 쉬운 1층에는 외부와 격리된 전용 정원을 제공해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는 단지 안으로 성내천 오금천 등의 생태하천이 흘러간다. 지하철 유출수와 한강물을 끌어들여 수량을 늘리고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조성해 주민의 사랑을 받는 하천으로 거듭났다.

중앙상가 부근 분수대에서는 가끔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당시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일건건축의 송재영 이사는 “획일적이고 평범한 아파트에서 탈피해 주변 자연과 대도시 질서를 조화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며 “봄에는 철쭉꽃, 가을에는 은행나무 단풍을 보러 한번씩 들르는데 볼 때마다 애착이 가는 아파트”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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