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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다뤄 볼까 해요. ‘인크레더블’. 옷의 주름까지 담아낸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가슴 따뜻한 내용이 한데 어우러진 빼어난 애니메이션이죠. 여러분, 근데 이런 생각 해보았나요? 인크레더블 가족이 맞서 싸우는 악당 ‘신드롬’을 무조건 ‘나쁜 놈’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죠.》
[1] 스토리라인
악의 무리를 처단하던 슈퍼 영웅 미스터 인크레더블. 그는 초능력을 가진 엘라스티 걸과 결혼한 뒤 15년째 평범한 삶을 살고 있어요. 배는 점점 나오고 회사에선 무능하다며 구박받죠. 슈퍼 파워를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은 따분하기만 해요.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비밀지령을 받고 정체불명의 섬으로 떠난 인크레더블. 그러나 그는 슈퍼 영웅들을 모두 없애고 자신이 대신 영웅이 되려는 음모를 가진 악당 ‘신드롬’에게 붙잡히죠. 아내 엘라스티 걸과 딸 바이올렛, 아들 대쉬 등 나머지 초능력 가족은 가장(家長)인 인크레더블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읍니다.
[2] 주제 및 키워드
설마 ‘사회정의 실현’ 같은 딱딱한 말을 주제로 생각진 않겠죠? 인크레더블 가족은 악당을 물리쳐 사회정의를 실현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죠. 영화에서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은 뭘까요? 바로 ‘가족애’예요. 서로에게 짜증내면서 무료한 삶을 살던 인크레더블 가족은 결국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애를 되찾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가족애’에서 생각을 멈춘다면 그건 딱 80점짜리 답이에요. 아주 잘 드는 칼로 생선회를 뜨듯 영화를 얇디얇게 ‘썰어서’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우리는 인크레더블 가족 4명이 악당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뭔가를 통쾌하게 날려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이것의 정체는 뭘까요? 맞아요. 특별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남과 똑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데서 느끼는 무기력함과 자기 모멸감이었죠.
그러나 신드롬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인크레더블 가족은 각자가 지닌 슈퍼 파워를 한껏 발휘하게 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남다른 능력이 결코 ‘장애’가 아니라 신이 내린 ‘축복’임을 깨닫게 되죠. 결국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맘껏 발휘해 이상과 꿈을 이룬다는 뜻의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은 영화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진짜 키워드였던 거예요.
[3] 생각 넓히기
여기서 우리는 인크레더블 가족이 가진 초능력의 정체를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볼 필요가 있어요. 왜 하필 인크레더블 가족 4명은 각자 그런 독특한 능력을 갖게 된 걸까요?
알고 보면, 가족 각자의 초능력에는 우리 사회 대부분의 아버지와 어머니, 딸과 아들이 품고 있는 ‘꿈’이 담겨 있어요. 중년 아버지는 근육질 몸과 무한대의 힘을, 중년 어머니는 변치 않는 젊음과 유연함을, 사춘기 소녀는 자신만의 내밀한 세계를, 장난꾸러기 꼬마는 바람처럼 빨리 달려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모습을 바라거나 열렬히 꿈꾸잖아요.▶그래픽 참조
놀랍죠? 인크레더블 가족은 초능력을 통해 이렇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었던 거죠.
[4] 뒤집어 생각하기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죠. 영화 속 악당 ‘신드롬’은 나쁘기만 한 존재일까요? 생각해 보세요. 신드롬의 목표는 뭐죠? ‘지구 정복’이 아니에요. 신드롬은 자기 자신이 ‘영웅’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길 바랐던 거죠. 신드롬은 인크레더블에게 이렇게 외쳐요.
“너처럼 타고난 초능력이 없이도 난 해냈어. 사람들에게 진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줄 거야. 내가 늙으면 내 발명품을 사람들에게 파는 거야. 그럼 누구나 슈퍼 영웅이 될 수 있겠지. 누구나 슈퍼 영웅이 되면, 결국 영웅은 사라지게 되는 거지.”
신드롬은 인크레더블과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어요. 그는 자신이 직접 발명한 로켓부츠를 신고 ‘인크레더 보이’가 되어 악당들을 무찌르려 했죠.
하지만 인크레더블은 그를 퇴짜 놓았고, 여기에 한(恨)을 품은 그는 악당으로 변신했죠. 선천적인 능력이나 천재성을 지니지 못한 평범한 인간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영웅이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신드롬은 꿈꿨던 거예요. 결과적으론 ‘악당’이 되었지만,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주장했던 신드롬에겐 연민의 정이 가는 대목이 있죠. 꼭 천재만이 영웅이 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2005학년도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에서는 음악천재 모차르트의 예를 제시문을 통해 들면서 ‘천재’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문제가 출제된 바 있습니다.)
[5] 내 생각 말하기
오늘은 알쏭달쏭한 사건을 판결해 보는 문제를 내볼게요. 영화의 한 장면. 인크레더블은 자살하기 위해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린 한 남자 시민을 쏜살같이 날아가 받아냅니다. 남자는 목숨을 건지지만 구출과정에서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죠. 이에 남자는 인크레더블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변호사를 통해 이렇게 주장합니다.
“살고 싶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인크레더블 때문에 생긴 부상으로 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건가요. ‘죽을 권리’를 인정해야 할까요? 인크레더블은 목숨을 구해 주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불가피하게 입힌 상처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을까요? 자신의 판결과 판결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말해 보세요.
☞정답은 다음 온라인 강의에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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