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42>公孫丑曰 齊卿之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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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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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에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등(등)나라에 弔問使(조문사)의 正使(정사)로 갔다. 이때 제나라 왕은 寵臣(총신)인 王驩(왕환)을 副使(부사)로 삼아 동행하게 했다. 그런데 왕환이 아침저녁으로 알현했지만 맹자는 한 번도 그와 사행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맹자의 제자 공손추는 의아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물었다.

齊卿은 왕환이 卿을 攝行(섭행·대신 행함)한 듯하다. 옛날에는 외교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한 등급 승진시키기도 했다. 不爲小矣는 지위가 작지 않다는 뜻이다. 不爲近矣는 가까운 것이 아니다, 즉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뜻이다. 反之는 제나라와 등나라를 왕복한 것을 말한다. 未嘗與言行事는 앞서의 未嘗與之言行事와 같은 말로, 그와는 공무를 결코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夫旣或治之의 夫는 발어사로 보기도 하고 삼인칭 대명사로 보기도 한다. 주희(주자)처럼 夫를 발어사로 보면, 이 구절은 ‘이미 일 맡은 혹자가 일을 처리했다’는 말이 된다. 夫를 삼인칭으로 보면, ‘그 왕환이 이미 일을 처리했다’는 말이 된다. 予何言哉는 내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정조대왕은 사신 가는 李福源(이복원)에게 내려준 시의 서문에서 ‘경으로 하여금 친히 일을 행하여, 有司(유사)가 이미 다스렸을 것이라 말하지 않도록 하는 바이다’라고 했다. 夫旣或治之를 ‘이미 일을 맡은 혹자가 일을 처리했다’로 풀이하고, 맹자처럼 그렇게 말하는 일이 없도록 사신으로서 專權(전권)을 행사하라고 특별히 명한 것이다.

‘주역’ 遯卦(돈괘) 象傳(상전)에는 ‘遠小人(원소인) 不惡而嚴(불오이엄)’이라고 했다. 소인을 멀리 하되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엄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혹은 不惡而嚴(불악이엄)이라고 읽어, 소인에게 험악한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엄격하게 대한다는 뜻으로 풀기도 한다. 이 가르침대로 소인을 대할 때는 마음 깊이 미워하지도 말고 험악하게 맞대응하지도 말며 오로지 엄하게 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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