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75>孟子曰 尊賢使能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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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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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5장은 첫 구절을 따서 ‘尊賢使能’장이라 부른다. 맹자는 이 장에서 仁政(인정), 다시 말해 王道政治(왕도정치)의 구체적 조건들을 제시했다. 맹자는 다섯 가지를 언급했는데 가장 먼저 든 것이 用人(용인, 사람을 등용함)의 문제다.

尊賢使能은 尊賢과 使能을 결합한 말로, 각각 술어동사와 목적어로 이루어져 있다. 혹자는 설명하기를, 현명한 분은 ‘존대하고’ 재능 있는 자는 ‘부린다’고 하여 차별을 두었다고 본다. 하지만 使能의 使에서 억압적 지배관계를 읽을 필요는 없다. 재능 있는 사람들을 適材適所(적재적소)에 배치해서 그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俊傑은 재능과 덕성이 남달리 탁월한 사람을 가리킨다. 在位는 登用(등용)되어 중요한 관직에 있는 것을 말한다. 則은 조건과 결과를 이어주는 접속사다. 立於其朝는 앞서 말한, 준걸이 요직에 있는 그런 조정에서 벼슬하는 것을 뜻한다. 立朝(입조)라고 하면 나라의 정치를 의논하고 집행하던 朝廷(조정)에 서는 것으로, 곧 벼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앞서 ‘공손추·상’ 제4장에서도 맹자는 仁政이란 덕 있고 재능 있는 선비를 존중해 등용하고 정치와 형벌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여 ‘만일 군주가 치욕을 싫어한다면, 덕을 귀하게 여기고 선비를 높이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곧 제4장의 ‘貴德而尊士’는 이 제5장의 ‘尊賢使能’과 통하고, 제4장의 ‘賢者在位, 能者在職’은 이 제5장의 ‘俊傑在位’와 통한다.

뒤에 나올 ‘告子(고자)·하’ 제7장에서도 맹자는 천자가 巡狩(순수, 나라 안을 보살피며 돌아다님)를 하다 제후국이 토지를 개척하고 농토를 개간하며 노인을 봉양하고 어진 이를 높이며 준걸을 등용한 것을 보면 상을 준다고 했다. 정치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俊傑在位’를 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는 어떠한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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