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3>曰惡라 是何言也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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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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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면과 함께 인격의 면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이른 분을 흔히 성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공자는 성인인가? 공자의 제자들이나 그 이후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자를 성인이라고 추앙해 오고 있다. 하지만 공자는 결코 성인을 自處(자처)하지 않았다. 공자는 ‘나는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노라’로 말하여, 敎學(교학)에 盡力(진력)한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따름이다.

그런데 公孫丑(공손추)는 맹자가 知言을 하고 또 養氣(양기)를 잘하므로 언어와 덕행을 兼全(겸전)하고 있는 성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맹자는 공자도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거늘 공자를 배우는 자신이 어찌 성인을 자처할 수 있겠느냐며 공손추의 논평을 부인했다.

惡(오)는 ‘아아’라는 뜻의 감탄사이다. 是何言也는 앞서 공손추가 ‘然則夫子는 旣聖矣乎인저’라고 한 말을 받아서,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 강하게 부정하는 말이다. 昔者(석자·지난날) 이하는 子貢(자공)과 공자의 문답을 인용했다. 不居는 自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맹자는 ‘是何言也’란 표현을 다시 써서, 공손추가 자신을 성인이라고 평가한 데 대하여 강하게 거부했다.

學不厭(학불염)은 智(지)로써 스스로의 明德(명덕)을 밝히는 일이고 敎不倦(교불권)은 仁을 남에게 推廣(추광·넓힘)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자공은 공자를 성인이라고 보았던 것이고, 그 논평은 매우 적절하다. 하지만 공자는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다. 사실,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智慧(지혜)와 仁德(인덕)을 자부하는 순간, 上乘(상승·높은 등급)의 자리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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