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아버지와 아들

  • 입력 2002년 2월 7일 15시 56분


이〓선생님께선 생후 18개월된 중도(21·아들)를 입양했습니다. 그에겐 어머니의 빈자리가 있었을 텐데요, 아버지로서 어떻게 메워주려 노력하셨나요?

앙〓입양 사실은 아기가 다섯 살 될 무렵부터 알렸습니다. “나는 너를 입양했다. 그러나 나는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죠. 아버지에 대해선 ‘겉으로는 엄격하게 꾸짖지만 내적으로는 따뜻한’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이 있지만, 이런 아버지 밑에서는 대화의 단절이 생기죠.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섬세하고 따뜻한 이해와 인내심 깃든 사랑을 가진, 때로는 아기가 허물없이 괴로움을 고백할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아버지가 현명한 존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손님을 집에 데려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손님이 있으면 아기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렇게 위축되는 것은 아기의 인생을 위해 축복스럽지 않죠. 특히 다이닝 테이블(식탁)에서는 아기가 자유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믿습니다. TV 본 얘기, 신문에 난 얘기,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에 관한 얘기가 편안하게 오가야죠. 음악회나 리셉션이 없으면 아들과 저녁을 항상 함께 먹곤 했어요.

(아기가 느끼는 모성의 본질은 ‘접촉’이라는 사실이 미 위스콘신대 해리 할로 교수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실험에 따르면 붉은털원숭이 새끼는 몸통이 철사로 감겨 있으면서 젖이 나오는 ‘진짜 어미’보다, 부드러운 천으로 덮여있고 젖이 나오지 않는 ‘인공 어미’에게 더 큰 애착을 느꼈다.)

이〓남자 아이들은 사춘기에 이르면 또래 여자아이보다 최고 20배의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정서적 섬세함 보다는 ‘행위’ 자체를 더 지향하게 만듭니다. 남자 아이들간 우발적 싸움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죠.

앙〓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이가 아프다고 해서 물었더니 스쿨버스를 함께 타는 3학년 형에게 맞았다는 거예요. 굉장히 분하고 떨려 그날 밤 잠이 안 왔죠. 이튿날 아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탔어요. 그 학생이 타기를 기다렸다가 “이 형한테 얻어맞은 사람 손들어보라”고 물었더니 20여명의 학생 중 6명이 손을 드는 거예요. 저는 학교에 가서 강력하게 항의했고 “학교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죠. 이 점에서 저는 극성 학부모였죠. 그렇죠? ‘애들끼리 맞을 때도 있고, 때릴 때도 있겠지’하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겁니다. 학생들도 폭행 당한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놔야 하고요. 부모들은 학교를 찾고, 또 경찰서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회초리를 든 적이 없습니다. ‘사랑의 매’라는 논리에 저는 반대합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모든 폭력적 행동에 반대합니다. 물론 부모가 자식의 방탕한 마음까지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려는 건 옳지 않지만요.

이〓저는 딸을 키웁니다만, 그 아기자기함과 섬세함이 놀랍습니다. 29개월짜린데, 퇴근해서 안아줄라 치면 “아빠, 아기를 안으려면 손을 씻어야지?” 하고 말하죠. 아들 키우는 ‘맛’은 무엇일까요?

앙〓아들에게선 그 깊이있는 정신적인 세계가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지죠. 바라만 보고 있어도 굉장히 감사하고 흐뭇해지고요. 예의를 중시하는 점, 국제적인 상식과 호기심을 가진 점은 저와 닮았죠. 하지만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MT다, 환영회다 해서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는 엄하게 주의를 줘요. “술은 마실수록 더 늘게 돼. 너는 가족이 많지 않으니까, 정신적으로 흐트러지면 더욱 외로워져. 네 자신의 몸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너 스스로뿐이야”라고 말이죠. 하지만 기자분들은 술을 마시는 게 굉장히 상식적이죠?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