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세 예술가의 연인'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세 예술가의 연인' 도미니카 보나 지음, 김남주옮김/한길아트/547쪽 1만2000원▼

‘엘뤼아르, 에른스트, 달리, 그리고 갈라’ 라는 부제에서 이 책의 대강은 이내 드러난다. 초현실주의 시인으로 레지스탕스에 참여했고 공산당원으로 죽은 폴 엘뤼아르, 다다의 선봉장 막스 에른스트,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그러나 이 책은 등장인물들 중 예술사적으로는 조연에 불과한 갈라, 즉 엘뤼아르의 아내였고 에른스트의 연인이었으며 달리의 아내로 임종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자칫 지엽말단적인 연애담 신변잡기 중심으로 전개될 것 같지만 작가의 서술방식은 그보다는 네명의 인물이 맺은 관계를 통해 세 예술가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20세기의 문예사조였던 초현실주의의 대한 개괄서다. 앙드레 브르통이 이끈 파리의 초기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어제의 반항아(초현실주의자)들이 역설적이게도 공산주의 혁명에 봉사하고 2차 대전 후에는 미국 자본주의에 편승해 막대한 부와 명성을 거머쥐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세 남자에게 예술적 영감과 질투 좌절감을 안겼던 여자 갈라는 타타르 출신의 엘레나 디미트리예브나 디아코노바(1894∼1982). 달리가 그토록 찬미했던 완벽한 등의 소유자였던 그녀는 결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여자였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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