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읽기]이용백의 「검은숲」, 물질문명 비판

  • 입력 1999년 3월 15일 19시 54분


“와장창 팍 쨍그랑…”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예측하지 않았던 파열음에 관객이 흠칫 놀란다. 주저하던 관객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뗀다. 곧이어 온갖 소란스런 소리가 전시실을 울린다. “에에 취, 에취, 콜록” 기침소리, “깨갱 깽” 개짖는 소리, “째잭 짹” 새 울음소리, “쿵 더덩 쿵” 음악소리까지.

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용백의 ‘촉각적 다큐멘터리’전 중 ‘검은 숲’.

‘검은 숲’은 시각과 청각을 결합했다. 2m가 넘는 사각나무 기둥 16개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빌딩이 늘어선 현대 도심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사각형 빌딩이 가득한 도시를 가로 질러 걸어보라. 자동차소리 공사장소리 싸움소리 등 온갖 소리가 뒤섞여 울리지 않는가. 이같은 도시의 느낌을 축약했다는 것.

나무기둥 위에는 컴퓨터 센서가 있다. 기둥 사이를 걸어갈 때 관객의 체온을 감지해 온갖 소리를 낸다. 기둥마다 소리가 달라 16가지 소리가 난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메세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관객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작품과 직접 관계하도록했다. 갖가지 소리를 듣고 기둥을 보면서 작품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한 그 자체가 작품의도”라고 말했다. 02―737―3487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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