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美대륙을 80일 달린 사내…‘아메리카 자전거여행’

  • 입력 2006년 6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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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여행/홍은택 지음/405쪽·1만5000원·한겨레출판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겠다니, 남들이 “미쳤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뭔가 거창한 대의명분이 있을 법도 한데 웬걸, 저자는 “그냥 재미있어서”란다. 저자는 지난해 80일간 자전거를 타고 미국 동쪽 끝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 주 플로렌스까지 6400km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달렸다.

한없이 지루한 ‘페달 150만 번 돌리기’로 끝날 수도 있는 여행이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모험으로 변모하는 것은 저자의 해학적 글쓰기 덕분이다. 길 위의 일들을 어찌나 시시콜콜하게 묘사했는지 저자가 핫도그 빵에 소시지를 끼워 먹을 때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눈앞에 그려질 정도다.

‘한 바퀴 한 바퀴 자전거를 굴릴 때마다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 오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가는’ 저자의 변모 과정도 눈길을 끈다. 자전거 여행 이전의 그에게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일 뿐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로키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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