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추크섬 일본군 위안소가 있었던 자리에 박꽃이 핀다.’ 이 기사를 접한 저자는 일제에 끌려간 소녀들을 떠올렸다.
순이는 방직 공장에서 돈 벌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말에 몇 달간 배를 타고 추크섬에 왔다. 하지만 공장도, 학교도 없었다. 막사에서 군인들은 소녀들을 사납게 괴롭혔다. 탈출하려던 순이는 총에 맞은 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고향에서 가져온 박씨를 우물가에 심는다. 하얀 무명옷을 입어 박꽃 같던 엄마를 떠올리며.
머나먼 땅에서 짓밟히고 스러져간 소녀들. 추크섬에서 피고 지는 박꽃은 어쩌면 이들의 영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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