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관객들은 환호했고 조용필은 행복했다

  • 입력 2004년 12월 5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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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지울수 없는 꿈’ 첫날 공연 2부 무대에 선 조용필. -사진제공 YPC프로덕션
3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지울수 없는 꿈’ 첫날 공연 2부 무대에 선 조용필. -사진제공 YPC프로덕션
이렇게 남녀노소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가수가 또 있을까. 10대 아이돌 스타의 공연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비명 소리와 ‘7080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40, 50대의 춤이 함께 터져 나온 객석은 조용필의 힘을 보여줬다.

3일 오후 첫 공연을 시작한 가수 조용필(54)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 ‘지울 수 없는 꿈’은 36년간 가요계에서 활동해 온 그의 진가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무대였다. 예년에 비해 화려한 무대장치와 입체영상시스템(PIGI)은 줄었지만 조용필은 혼자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했다.

조용필은 공연 전 “경제가 힘든 만큼 화려함보다는 올 한해 힘들게 일한 관객들에게 감성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2시간 반 동안 앙코르 곡을 포함해 27곡을 선사했다.

올해로 6년째인 예술의 전당 공연은 한번도 빼놓지 않고 매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올해도 오페라극장의 무대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 시야 장애석까지 포함해 12회 공연 2만7600석 전석이 매진됐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평범한 샐러리맨의 꿈과 추억을 노래한 뮤지컬 형식의 1부 공연에 이어 2부는 그가 다양한 히트곡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호흡을 같이한 무대였다.

1부 첫 곡은 ‘빛’이었다. 흰색 의상을 입고 조용히 무대에 등장한 조용필은 ‘도시의 오페라’ ‘꿈’ ‘사랑의 자장가’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열창했다.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은 1부 내내 무대 뒤에서 완벽한 연주를 들려줬다.

조용필은 빠른 템포의 노래와 발라드를 번갈아 불러 관객들이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뿅뿅’소리로 시작되는 ‘단발머리’로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한 다음에는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고, 경쾌한 편곡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다음에는 장엄한 느낌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열창했다. 이때 그는 국내 가수 공연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리프트에 올라 10m 높이의 공중에서 노래를 불렀다.

2부에서 빨간 가죽 재킷을 입고 ‘위대한 탄생’과 함께 등장한 조용필은 두 번째 곡 ‘모나리자’를 부른 뒤 관객들에게 처음 인사말을 건넸다.

“뮤지컬과 콘서트의 양면을 표현해야 하는 예술의 전당 공연은 해마다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듭니다.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합니다.”

‘Q’와 ‘친구여’를 따라 부르던 관객들의 반응은 ‘여행을 떠나요’에서 폭발해 버렸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함성이 가라앉지 않자 조용필은 관객들에게 “이제 앉으실 차례입니다”라며 착석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어진 ‘정’과 ‘창밖의 여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춘 열창은 관객들을 숙연케 했다.

피날레는 ‘꿈의 아리랑’. 1부에 출연했던 배우와 아이 30여 명과 합창하며 리프트에 오른 조용필은 무대 뒤쪽으로 조용히 퇴장했다.

‘지울 수 없는 꿈’은 14일까지 계속된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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