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국 소리-연주-춤 한자리에… 심청가에 ‘뭉클’ 탈춤에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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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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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주·무 왔어’ 日 사가 현 공연
연기 ★★★★ 관객과의 소통 ★★★★☆

24일 일본 사가 현 나고야성박물관에서 무대에 오른 ‘창·주·무 왔어!’ 중 봉산탈춤. 사진 제공 나고야성박물관
24일 일본 사가 현 나고야성박물관에서 무대에 오른 ‘창·주·무 왔어!’ 중 봉산탈춤. 사진 제공 나고야성박물관
심청가와 봉산탈춤이 일본 관객 1000명에게 한국의 멋과 흥을 전했다. 인구 약 13만 명의 일본 사가 현 가라쓰 시 나고야성박물관에서는 24일 ‘창(唱)·주(奏)·무(舞) 왔어!’(연출 정도연) 공연이 두 차례 열렸다. 제목은 한국의 소리와 연주, 춤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는 뜻이다.

24일 오전 10시부터 박물관 로비는 한 시간 뒤 시작하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10시 반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500석 규모의 공연장은 가득 찼다. 오후 3시 공연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공연의 박물관 측 책임자인 야스나가 히로시 학예원은 “한국의 전통 탈과 악기 등을 전시하는 ‘한국의 전통예능’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예능을 전시로만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심청가를 공연했다. 고수와 남녀 소리꾼만 등장하는 ‘3인 판소리’ 형태다. 고수(김강수)와 남녀 소리꾼(최재일·박은선)만 출연했지만 탈을 활용해 한 사람이 2, 3가지 역할을 소화했다. 고수가 복장을 갈아입으며 화주승과 남경상인 역할을 맡고, 고수가 무대에 서는 동안에는 소리꾼 중 한 명이 고수를 맡았다.

창극보다는 규모가 작아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며 판소리보다는 줄거리를 이해하기 쉽고 극의 전개가 빨랐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 관객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박물관 한국어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는 마쓰모토 다에코 씨(31)는 1부 공연이 끝난 뒤 “가사를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심청이 아버지를 부르며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뭉클했다”고 말했다.

2부에는 봉산탈춤과 춘앵전(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할머니 순종숙황후의 40세 생일을 맞이해 만든 궁중무용), 풍물놀이와 해금산조가 무대에 올랐다. 한국의 서민예술과 궁중예술을 대비한 구성이었다.

관객의 호응이 가장 컸던 것은 봉산탈춤과 풍물놀이였다. 봉산탈춤 중에서는 파계승(김태훈)과 취발이(이종호), 소무(젊은 여성·김진정)가 벌이는 남녀상열지사를 그린 제4과장 ‘노장무’를 공연했다. 취발이가 엽전을 내며 소무를 희롱하거나 소무가 파계승을 은근히 유혹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해금산조와 춘앵무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의상이 아름다웠다”(마에다 아유미·16) “탈춤이나 풍물놀이와는 다른 우아함이 있었다”(마쓰오카 아키·36)는 감상을 말했다.

이번 공연의 기획을 맡은 모리무라 아키코 간사이공연예술연구소 프로듀서는 “출연자들이 한국 국립국악원과 국립민속국악원의 단원들인 만큼 지금까지 본 한국 전통공연 중에서 소리와 연주의 밀도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사가=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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