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연습벌레’ 안경현 솔선수범 리더십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광이다. 미국 유학 당시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를 좋아했고, 한국에 와서는 두산 팬이 됐다.

정 총장은 최근 두산 내야수 안경현(36)을 좋아한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십수 년 한 베테랑이면서도 언제나 겸손한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안경현은 흔히 말하는 특급 스타는 아니다. 그러나 꾸준함과 성실성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다. 구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두산은 대형 선수에게 돈을 쏟아 붓는 팀은 아니다. 심정수(삼성), 정수근(롯데), 심재학(KIA), 진필중(LG) 등 팀 내 스타를 모두 떠나보냈다. 이런 두산이 자유계약선수(FA)로서 유일하게 다년 계약(4년간 15억 원)으로 붙잡은 선수가 안경현이다. 덕분에 그는 1992년 데뷔 후 올해까지 15년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안경현을 ‘표 나지 않는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말보다는 솔선수범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된다는 것.

그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지하 연습장에 가면 항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휴식일도 없다. 쉬는 날에도 항상 운동장에 나오기 때문에 구장 관리인의 기피대상 1호가 된 지 오래다.

하늘 같은 선배가 그러니 한두 명씩 후배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는 쉬는 날에도 운동장이 선수들로 가득 찼다.

얼마 전 두산 코칭스태프는 “지나친 훈련으로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쉴 때는 쉬어라. 앞으로 쉬는 날에는 운동장에 나오지 마라”는 보기 드문(?) 지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휴식일인 26일. 안경현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야구장에 못 나가게 돼 저녁때쯤 집 근처 헬스클럽에 간다. 둔치에서 스윙 연습도 좀 할 것”이라고 했다.

두산은 시즌 전 전문가들로부터 꼴찌 후보로 지목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역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랬던 두산이 어느덧 4위까지 치고 올라온 데는 보이지 않는 안경현의 힘이 있었다.

안경현은 26일 현재 타율 0.282 9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