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엄마가 공개한 김승현 성장기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20분


어머니 김영애씨와 아버지 김찬호씨.
어머니 김영애씨와 아버지 김찬호씨.
김승현의 얼굴에는 어두운 빛이 없다. 어려움을 즐길 줄 아는 긍정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까닭이다. 사춘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이 한두 번은 싫었을 법도 한데, 짜증 한번 내 본적이 없다. 김승현의 어머니 김영애(49)씨는 티없이 자라준 아들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고개를 넘었던 꼬마 김승현▼

승현이는 어려서부터 활동적이었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지요. 함께 거리를 걸으면 그 애는 고개를 넘으면서(덤블링의 한 동작, 양손을 차례로 땅을 짚고 옆으로 한바퀴 도는) 갈 정도였어요.

하루는 야구 유니폼, 글러브, 공 등을 사준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한 다섯 살 정도로 기억하는데, 한번 가르쳐 주니 금방 방망이질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다 운동을 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친구들하고 싸우는 일이 없었어요.

아들 키우는 집에선 남의 집 유리창 끼워주는 값도 꽤 들어간다고 하던데, 그런 것도 없었고요. 그렇게 활동적인 아이가 생전 사고 한번 안치니 좀 신기하긴 했어요.

사실 승현이는 마음이 여려요.처음 다닌 인천 만수북초등학교에선 축구부에 들었어요. 애가 하도 빠르니까 축구를 잘했죠. 본인도 축구를 많이 좋아했고요.

그러다 하루는 산곡 초등학교 농구부 코치가 찾아와 농구를 시켜보자고 제의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반대했었죠.

승현이 외삼촌이 농구 선수였는데, 훈련하면서 많이 맞는다고 들었거든요. 저도 애 아빠도 한번도 때린 적 없이 키웠는데, 보내기 싫었죠.

하지만 하두 집요하게 찾아오는 통에 결국 승낙하고 말았죠.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요즘도 가끔씩 승현이가 "나 축구했으면 더 잘했을텐데..."라는 말을 합니다.

▼어려웠던 중고 시절, 짜증 한번 내 본 적 없어요.▼

송도중 시절 승현이는 키가 작아서 전규삼 선생님으로부터 농구보다는 "공부를 시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 신문에도 났지만 그때쯤 집안 형편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운동을 그만 시킬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경기에 나가면 승현이가 워낙 눈에 띄니까 선생님도 결국에는 "농구를 계속 시켜보자"고 하더라고요.

만약 농구를 포기했다면 그 당시였을 거예요. 승현이 외삼촌이 그 당시 게임을 촬영한 게 있는데, 지금 봐도 재미있고, 잘해요. 제일 작은 게 승현이고, 골밑을 파고드는 게 지금하고 똑같아요.

송도중 출신들은 대부분 송도고로 가고, 승현이도 같이 올라갔습니다. 승현이 고등학교 시절이 경제적으로 제일 힘든 시기였죠. 농구부 회비도 제 때 내지 못했고, 직접 장사를 하느라 경기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했어요. 그때는 정말 속상한 일이 많았지요. 다른 부모들은 정말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하는데...

하지만 아들 기죽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중학교 시절부터 승현이가 당구를 치기 시작했는데, 집안 형편을 아니까 필요한 돈보다 적게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아무리 쪼들려도 천원이라도 더 줘서 보냈어요.

말은 안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애가 머쓱한 미소를 짓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식으로 마음이 통했어요. 생각해 보면 사춘기 시절 집안도 그렇고 훈련도 힘들었을 텐데, 한번도 뛰쳐나가거나 사고를 친 적이 없어요. 어렸지만 대견스러운 아들이었죠.

▼보약 한번 못 해준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립니다▼

송도고 시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고, 동국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죠. 아는 분들은 알았지만, 워낙에 키가 작고 학교 성적이 나지 않으니 가려져 있었지요.

대학 4학년에 돼서야 경희대 최부영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보이지도 않더니, 어떻게 이만큼 잘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주변에서 프로에 가면 두각을 나타낼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위안이 좀 되곤 했지요. 집안이 힘들었던 것은 승현이 대학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죠. 그 흔한 보약 한번 못 지어 주었으니까요.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 자기가 먼저 "엄마 난 보약 안 먹어도 돼요. 체질적으로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니 더 미안해지더라고요.

이젠 모두 지나간 일입니다만 그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승현이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기사로 많이 나오는데, 많이 낙천적이에요. 요즘도 전화 통화를 하면 제일 많이 하는 소리가 "하나도 안 힘들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랍니다. 본인도 많이 지치고 힘들텐데, 그런 티를 내지 않아요.

원래 그런 스타일인가 봐요. 집안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예요. 연예인 흉내를 내는 등 애교도 누나보다 승현이가 많이 떨지요. 정규리그가 시작된 이후로는 제가 경기장을 찾아서 보는 것 말고는 많이 못 보았습니다. 보고 싶어요. 시즌이 끝나면 네 식구가 단촐하게 여행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제공:점프볼http://www.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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