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경기장]고베 마사키구장

  • 입력 1999년 6월 4일 18시 52분


고베 중심지 산노미야에서 5㎞ 떨어진 미사키공원. 이 곳에는 고베의 아픈 기억이 묻어 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4월 첫 삽을 뜬 미사키스타디움. 그러나 아직도 포클레인은 95년 고베를 폐허로 만들었던 대지진이 남기고 간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는 데 바쁘다.

지진은 4천5백67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7만4천3백86채의 건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바꿔놓았다. 경제 손실액만 6조9천억엔(약 69조원)에 달했을 만큼 끔찍했다.

고베가 월드컵을 준비하며 내건 구호는 바로 ‘재생 창조 그리고 감동’. 지진의 상처를 딛고 새롭게 태어난 고베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고쿠부 마사토 일본월드컵조직위 고베지부장은 “고베 지진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 등 여러 나라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월드컵을 개최한다”며 “지진으로 고통받은 고베 시민이 세계 최고 선수들의 묘기에 다시 희망을 갖기 바란다”고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

85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렸던 유니버설스타디움을 활용하지 않고 미사키스타디움을 새로 짓는 이유는 대지진 당시 유난히 피해가 심했던 고베 서쪽에 시민이 돌아오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 미사키스타디움 주변을 숲이 우거진 녹지로 가꾸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고베시가 경기장을 신축하며 가장 신경쓴 부문은 역시 지진 피해. 미사키스타디움을 진도 7.2이상에도 끄떡하지 않도록 특수 철강으로 지을 계획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경기장은 즉각 재해 피난처로 탈바꿈한다. 경기장 지하에 응급치료실을 따로 세우고 환자를 실어 나를 헬리콥터 이착륙장도 마련한다. 1백50만 고베시민이 3일을 마실 수 있는 물을 저장할 탱크도 설치한다.

고베시 상징인 등대를 연상시키는 철골 구조의 경기장은 최고의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사이타마, 이바라키와 마찬가지로 축구 전용구장으로 설계했다. 그만큼 선수와 관중이 가깝게 만날 수 있다.

관중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기둥도 없앴다. 4만2천개의 관중석마다 에어컨과 히터를 틀 수 있는 공조시설을 갖춰 관중은 쾌적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관중은 2천 럭스의 밝은 조명 아래 객석 구석에 대각선으로 설치될 가로 10m, 세로 5m짜리 대형화면 두개로 경기의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다.

미사키스타디움은 월드컵 이후를 고려, 다목적으로 지어진다.

월드컵 기간중에는 골대 뒤에 임시로 스탠드가 들어서지만 월드컵이 끝나면 지붕을 덮어 콘서트 등 다용도로 활용된다. 지붕을 여닫는 데는 40분 정도가 걸린다.

축구와 함께 럭비구장으로도 쓰이는 경기장 지하에는 수영장과 헬스클럽도 함께 건립, 시민의 건강도 염두에 뒀다.

7백80대 규모의 주차장도 있지만 시민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 해안선도 새로 뚫고 있다. 신나가타와 산노미아를 잇는 이 노선이 2001년 가을에 완공되면 미사키공원역과 와다미사키역에서 걸어서 5분내에 경기장에 닿을 수 있다.

9천8백개의 호텔 객실에 2만3천명이 묵을 수 있는 숙박 시설은 이미 완비됐다. 2백개의 기업과 시민단체가 가입, 96년 창설된 시민준비위원회의 후원도 든든하다.

〈고베〓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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