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1>전원行은 ‘사회적 이민’… 공부만이 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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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기초교육과정에 참가한 예비 농군들이 화훼농가에서 초화류 재배법과 재배용기의 특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서울시 제공
귀농 기초교육과정에 참가한 예비 농군들이 화훼농가에서 초화류 재배법과 재배용기의 특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지난해 봄, 저 멀리 동네 건너편 산자락에 전원주택 한 채가 뚝딱 지어졌다. 집 앞으로는 강이 흐르니 얼핏 보면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아마도 그 집 주인은 “이보다 더 즐거울 순 없다”며 행복한 전원을 노래했으리라.

하지만 불과 몇 달이 지난 이 겨울, 그 집에선 모락모락 피어올라야 할 굴뚝 연기도,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정북향에 덜컥 터를 잡았으니 이 엄동설한을 어찌 버텨내겠는가(아마도 그 집 주인은 새봄이 되어야 다시 나타날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렇듯 전원에서는 앞뒤 따져보지 않고 일을 벌여 놓고서는 뒷감당을 못해 고생하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미리 공부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은 탓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전원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이들은 “내 돈 가지고 땅 사고 집 짓고 살겠다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착각이다.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주말주택을 짓는다고 할지라도, 이 또한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시골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지인은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은 DNA가 다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그만큼 도시사회 문화와 농촌사회 문화의 간극은 크다. 전원행(行)을 두고 ‘사회적 이민’이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저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만을 가지고 전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그 결과는 최악의 경우 원치 않는 ‘귀도(歸都)’로 끝난다.

2010년 가을 강원도 홍천 산골로 들어온 필자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개 호기심 반, 부러움 반이다(물론 측은지심의 눈길도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질문은 한결같다. “은퇴 후 내려가고는 싶은데 도대체 무얼,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 막막함을 최근에는 많이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필요한 정보도, 교육도 부족했기에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요즘은 다양한 귀농·귀촌 정보와 교육의 기회가 넘쳐나기에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면 성공적으로 전원에 연착륙할 수 있다.

귀농·귀촌 교육은 무료로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다. 먼저 전원생활 후보지로 점찍은 지역의 지자체와 산하 농업기술센터의 문을 두드려 본다. 그 지역 전원생활에 필요한 맞춤형 정보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배움의 기회는 열려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agro.seoul.go.kr)를 비롯해 경기도농업기술원(www.nongup.gyeonggi.kr), 경기농림진흥재단(www.ggaf.or.kr)과 각 지자체 산하 농업기술센터가 그곳이다.

여러 민간·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귀농·귀촌 교육과정은 그 선택의 폭이 넓다. 정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 오프라인 교육과정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29개 기관, 39개 과정)보다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생은 교육비의 70∼80%를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범람하는 정보 홍수 속에서 어디를 찾아 무엇을 배워야 할지 혼란스럽다면 이곳을 접속해보자. 농어업인력포털(www.agriedu.net), 농진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hrd.rda.go.kr),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edu.okdab.com),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 웰촌(www.welchon.com), 인터넷 카페 귀농사모(cafe.daum.net/refarm), 지성아빠의 나눔세상(cafe.naver.com/kimyoooo), 박인호의 전원별곡(cafe.naver.com/rmnews) 등을 추천한다. 이렇게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2009년부터 시작된 귀농·귀촌 열풍이 5년 단위의 중기 사이클(2009∼2013년)을 완성하고 새 사이클로 진입하는 첫해다. 2009∼2011년 귀농·귀촌한 이들의 성패가 서서히 드러나고, 그 결과가 반영될 것이다(귀농·귀촌에 실패한 이들의 도시 U턴은 대개 2, 3년차에 이뤄진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21만 명)를 필두로 한 ‘귀소(歸巢)’ 행렬은 계속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 차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그래서 전원생활을 더욱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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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시인이 전원 생활을 꿈꿉니다. 도시에서 일하며 살다 몇 년 전 강원도 산골로 이사한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씨(51)가 전원생활에 대한 실용적인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전원 생활#농촌사회 문화#사회적 이민#귀농·귀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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