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32>집, 지금 사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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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매수보다 매도세가 우세… 2015년 집값 4%이상 상승 힘들어
강남 위례신도시 평택 안성 등 外… 대부분 지역 전세로 사는게 유리

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집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은 ‘결혼 할까 말까’ 하는 갈등과 닮았다. 결정이 쉽지 않고 결정해도 후회가 남는다.

2013년 10월 14일 시작한 이 칼럼의 첫 회 주제는 ‘집, 지금 사야 하나’였다. 결론은 ‘투기 의도가 없다면 서둘러 사라’였다. 큰 시세차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부 정책을 감안하면 자신에게 맞는 집을 살 기회가 많다는 취지였다.

실제 2013년 말 또는 지난해 초 집을 산 사람은 어땠을까. 집을 산 뒤 1년여 기간 전국 집값은 1.71% 올랐다. 2013년 집값 상승률이 0.31%에 불과했고 2012년에는 1.43%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집을 안 산 사람 중에 후회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들은 매물이 나왔을 때 ‘입지가 좋은 지역에 더 좋은 조건의 집이 있을 텐데 너무 서둘러서 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주저했다.

이렇게 집을 안 산 이들이 올해 어떤 계획으로 집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가 민감한 이슈다. 그렇다고 집을 사자고 덤비면 안 된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겼다고 짝 고르기를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다.

무주택자가 먼저 생각할 점은 주택시장의 심리다. 이 시장은 증시와 달리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은 거래가 없어도 시장에 잠재된 심리가 집을 사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면 어느 순간 계기만 생겼을 때 금방 너도 나도 매수에 나설 수 있다. 그때 가서는 어떤 조언도 안 먹힌다. 반대로 전반적인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라면 무주택자에게는 좀 더 시간이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은 매달 전국 중개업소 사장들에게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은가, 팔려는 사람이 많은가, 비슷한가”라고 물어본다. 바로 시장의 심리를 체크하려는 것이다. 2013년 말만 해도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응답이 78.6%로 압도적이었다. 원하는 집을 고를 수 있는 때였다. 작년 말에는 이런 매도세 우위 응답률이 52.3%로 떨어졌다. 반면 ‘매수세가 더 많다’(5.2%)와 ‘매수와 매도세가 비슷하다’(42.5%)는 답을 합하면 47.7%나 된다. 잠재된 주택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주택자가 주거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접근법은 3가지다.

먼저 일반 매매시장의 급매물을 노려라.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이고 이사에 넌덜머리가 난 상태라면 적극 고려해볼 카드다. 아직은 집주인들이 완전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전이다. 장점은 급매물이 꽤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급매물로는 입지, 향, 층 같은 조건이 모두 마음에 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은 법원 경매에 도전하는 것이다. 경매는 요즘 아주 뜨겁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점이 부각돼서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다. 경매로까지 넘어왔다면 얼마나 사연이 구구절절하겠는가. 권리관계를 분석하는 일부터 낙찰 뒤 세입자를 내보내는 문제(명도)까지 일이 많다. 낙찰 받는 이들을 보면 일반 매매보다 10% 정도 싸게 사고 있다. 이 차액이 실타래를 푸는 수고의 대가인 셈이다. 스스로 실타래를 풀면 경매 컨설팅비(낙찰가의 1%)를 아낄 수 있다.

가격만 생각하면 전세로 2년 더 눌러 사는 게 낫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의 조언을 들어보자. “집값이 연 4% 이상 오른다면 집을 사는 게 낫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세로 살면 비용 부담이 적다. 취득세 재산세를 낼 필요가 없고 집에 묶이는 돈의 비중이 매매보다는 훨씬 낮다는 점에 주목하라. 서울 강남, 위례신도시, 경기 평택, 안성, 오산 등지는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지만 대부분 지역은 전세로 사는 게 더 유리하다.”

주거 플랜의 방향을 정할 때 많은 이들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한다. 수많은 전문가들 중 장성수 위원,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물자산연구팀장,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의 조언은 솔직하고 근거가 명확해 도움이 된다.

이들의 조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먼저 당신의 처지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여기 ‘종(∩) 모양 그래프’가 있다. 이 그래프는 집을 사야 하는 필요성의 강도를 나타낸다. 젊은 사회초년생은 종의 왼편 아래에 해당한다. 혼자 살고 이사 횟수가 잦은데 굳이 집을 사지 않아도 된다. 결혼 뒤 자녀가 성장하는 시기가 되면 종 그래프의 정점에 이른다. 집을 사라. 이후 자녀가 독립하고 노년기에 접어들면 종의 오른편 아래쪽으로 향한다. 주택연금 등으로 집을 이용하면 되지 소유할 필요는 없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집 사도 될까? 종 그래프를 머리에 그려 넣은 뒤 자신의 위치를 그 위에 찍어 보라. 정점에 가깝다면 매매나 경매시장을 찾아라. 양쪽 끝에 가깝다면 집주인과 미리미리 전세금 협상을 해두라.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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