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존 린튼]북한 사람 포용할 준비 됐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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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존 린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장
인요한(존 린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장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분단된 국가에서 통일 시기가 제대로 예측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은 통일 과정에서의 유혈 사태 또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획된 통일을 꿈꾼다. 하지만 이는 꿈일 뿐이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보면 갑작스레 통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분단 기간에 발생한 온갖 문제를 한꺼번에 만나게 될 것이다.

한국인의 놀라운 적응력으로 가늠해보면 정치 경제적 적응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종류의 적응은 한 세대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내가 관찰한 이주 한국인들은 이민 1년 만에 80% 이상이 새 차를 샀고, 평균 5년 이상이면 80% 이상이 새 집을 샀다.

‘진짜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 문화적인 종류다. 많은 사람에게 의외로 들리겠지만 이 문제의 핵심에는 조선족이 있다.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은 노동신문을 제외하고는 뉴스를 접할 방법이 없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 관련 소식을 알게 되는 방법은 대부분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는 사람 혹은 중국에 사는 조선족 친척을 통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인적 언론 네트워크’가 남한에 대해 그다지 좋은 뉴스를 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선족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본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이른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직업’에 종사한다. 일부는 월급을 떼이면서 일하기도 한다. 공장에서 다쳐도 보상은커녕 병원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옌지(延吉) 등에 놀러간 일부 한국인은 지하 유흥업소 등에서 달러를 뿌리며 썩 점잖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조선족들이 북한 사람들과 만난다면 한국인에 대해 뭐라고 말하겠는가. 평범한 북한 사람은 조선족으로부터 그동안 자신이 교육받아온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확인하고, 그런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돈은 많지만 자본주의 영향으로 부패한 국민’이라는 이미지 말이다. 이들이 직접 혹은 건너 전해 들었을 탈북자들의 모습 역시 ‘코리안 드림’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북한 사람이 생각하는 통일 이후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도 평범한 북한 사람이 통일을 생각할 때, 자신의 누이와 딸이 어떻게 될지부터 걱정할지 모른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 한국의 다문화가정이다. 지난해 결혼한 농어촌 남성 3명 중 1명이 국제결혼을 한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대다수 한국인이 이들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60년 넘게 남과 북이 멀어진 간격을 좁힐 수 있는 통일의 연습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문화에 대한 포용은 북한이라는 또 다른 이질적 문화에 대한 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인들은 북쪽에 많은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변해야 한다. 정치와 관계없는 인도적 지원, 그리고 통일세를 걷어 미래를 준비하는 일, 물질적인 일 말고도 마음으로 북한을 포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만약 통일이 된 다음 한국인들이 북쪽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통일 이후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내려와 우리를 원망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래도 우리가 좀 돕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남한이 ‘꿈을 이루는 곳’이 되면, 꿈같던 통일도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인요한(존 린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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