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김윤지/문과생이 이과수업 들으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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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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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미분하면? …인가? 맞혔다∼!” “헉, 너 정말 그 수업 듣는 거야?” 오랜만에 시작하는 수학공부에 돌아오는 건 핀잔뿐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1년간 나는 무조건 남처럼 전공 관련이나 학점을 잘 주는 교양 수업 위주로 시간표를 짰다. 신입생으로 정신없이 보낸 1년을 돌이켜보니 대학의 로망은 찾을 수 없었고 점수를 받기 위해 도서관에서 벼락치기 공부를 하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기분이 씁쓸했다.

문득 대학이란 공간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떠올랐다. 대학에 다니면 폭 넓게 공부할 수 있어 다양한 사고와 교양을 지닌 지성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입학하고 나서 보니까 대학은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못했고, 그만큼 나는 대학에 대한 불만만을 쌓아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학은 스스로 공부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미쳤다고 말하는 시간표를 짜보기로 결심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전공인 방송과 관계된 수업, 이공계열의 기초학문인 일반수학, 광범위하지만 전문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자연과 에너지, 동양문화사 등의 과목으로 시간표를 채웠다. 새로운 도전으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이상하고 이해되지 않는 나의 시간표를 보고 친구들은 “너 학점 손해 볼걸. 그 과목 말이야, 다른 과 학생한테는 점수 잘 안 줘. 너 진짜 이상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 한편에서 과연 잘한 결정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반 학기가 지난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하다. 물론 과제에 찌들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스스로 보충하느라 벅차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진 지성인이란 목표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더욱 크다. 또한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이공계열 지식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신이 나기도 한다. 앞으로도 졸업 때까지 계속 이런 시간표를 유지하고자 한다.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대학이 학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에도 이런 문제의 원인이 있다. 그러나 대학을 참된 학문의 장으로 세우는 주체는 교직원이 아닌 학생이라 생각한다. 학생 스스로가 당장의 취업이 아닌 그 이상의 고차원적 목표를 세워 달려 나간다면 대학이 대학 본연의 기능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윤지 동서대 방송영상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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