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김유나/“좋은 것 같다”보다는 “좋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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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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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 같은 새내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이야기 속에는 발랄함과 대학생다운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그릇된 언어습관은 좋은 이미지를 반감시키는 듯하다.

며칠 전 학생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난 친구가 “음식이 참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맛있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표현하지 않고 맛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속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기가 직접 음식을 맛보고 난 뒤의 느낌이나 판단이라면 맛있다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같다’라는 용어는 비슷하다 또는 그런 부류나 유형에 속한다는 의미이다. 추측성이나 불확실성을 전제로 애매한 내용을 전할 때 쓰는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추측성의 완곡어법이다. ‘같다’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정확한 표현을 유보함으로써 자신의 단정적 의견을 숨기려는 의도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날에는 강의가 끝나고 친구가 “오늘 교수님 강의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너무’란 말은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란 뜻으로 부정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말’은 ‘거짓 없이 말 그대로’란 긍정의 의미이다. 친구는 “강의가 정말 좋았다”고 해야 정확했다.

두 가지 표현은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층이 흔히 쓴다. 방송에서도 젊은 연예인이 자주 사용한다. 요즘 젊은이는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자신감 있게 피력하고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기에 나로서는 이런 언어표현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릇된 언어습관이 사회적 언어공해로 확대 재생산되지는 않는지 곱씹어 볼 때다.

젊은이라면 패기 있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의 생각과 소신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또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애매한 단어보다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마음을 드러낼 때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도무지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 방송에서 사용하는 은어나 ·비속어, 인터넷 등 사이버상에서 흔한 언어파괴 등 그릇된 언어사용으로 우리의 말과 글이 곳곳에서 상처받고 신음하고 있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지금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것이다.

김유나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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