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희준]광합성 원리 닮은 ‘미래의 연료’

  • 입력 2008년 12월 15일 03시 01분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이 키워드가 되고 있다. 그에 관련된 퀴즈 하나. 도시 가스(메테인·CH₄), 바이오 연료 에탄올(C₂H5OH), 휘발유의 주성분인 옥테인(C8H₁8), 석탄(C) 중 어느 것이 가장 저탄소 연료일까? 사지선다가 어려우면 양자택일로 바꾸어 메테인과 옥테인 중에서 골라보자.

도시 가스를 문제 삼는 것은 별로 못 보았으니 아무래도 옥테인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 메테인이라고 답했다면 문제의 핵심을 파악했건 못했건 간에 일단 답은 맞았다. 화학식을 보니 메테인에는 탄소가 하나인데 옥테인에는 탄소가 여덟 개라 메테인이 저탄소 연료라고 답했다면 틀린 이유로 맞는 답을 한 셈이다. 그 말이 맞다면 화학식이 달랑 탄소 하나인 석탄이 옥테인보다 저탄소 연료라야 맞는다.

거의 100%가 탄소인 석탄이 저탄소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메테인이나 옥테인처럼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탄화수소(炭化水素)에서, 그리고 에탄올처럼 탄소와 수소에 산소까지 포함하는 화합물에서 탄소의 비율이 낮은 쪽이 저탄소 연료라고 짐작할 수 있겠다. 메테인의 경우 탄소 원자 하나당 수소 원자가 네 개 들어 있는 데 반해, 옥테인은 탄소 원자 하나당 수소 원자가 두 개 정도(8분의 18) 들어 있으니까 메테인은 수소가 많고 탄소는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메테인 같은 저탄소 연료가 좋은 이유는 탄소가 적어서인지, 수소가 많아서인지 궁금해진다. 답은 “둘 다”이다. 단위 무게당 수소는 탄소보다 훨씬 많은 열을 내면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수소가 많은 것이 유리하다. 물론 탄소가 적으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그래서 같은 무게의 연료를 태웠을 때 메테인은 옥테인보다 열은 많이 내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적다. 그래서 우리가 시베리아의 천연가스에, 또 물 분자에 둘러싸인 채 동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메테인보다 더 저탄소인 연료는 없을까? 당연히 탄소가 전혀 없는 수소(H₂)가 발열량은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제로인 꿈의 연료이다. 그래서 저탄소 경제는 수소 경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세상에 수소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인 수소는 태양이나 목성, 그리고 별 사이 공간의 주성분이지만 지구상에는 대부분 이미 산소와 결합한 물로 존재한다.

그래서 수소 경제를 일으키려면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얻어야 한다. 물을 분해하려면 에너지가 들어간다. 수소를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목표인데 에너지를 들여서 수소를 얻어야 한다면 잘해야 본전이고 이것저것 비용을 따지면 아무래도 밑지는 장사 같다. 마치 수력발전을 하기 위해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펌프를 돌려 댐 위로 물을 퍼 올리는 격이다.

다행히 자연은 태양 에너지를 통해 물을 증발시키고 그 다음에는 비를 내려서 낮은 데의 물을 높은 데로 올려 준다. 이와 비슷하게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서 물을 분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물로부터 높은 에너지 상태의 수소를 얻을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면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자연은 태양 에너지로 물을 분해하는 이 꿈과 같은 일을 광합성이라는 방식으로 20억 년 이상 해오고 있다. 우리도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단 자연의 광합성은 지구상 생명의 초기 역사에서 수억 년의 시간을 거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자연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처럼 글로벌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은 과학의 원리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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