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전세일/침과 뜸, 서양의학과 만나면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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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醫)는 하나이고, 의학(醫學)은 여럿이며, 요법(療法)은 수천 가지다. ‘의’는 예술이며 인술이다. ‘의’ 자체는 과학도 아니요 철학도 아니다. 과학을 지식의 바탕으로 삼는 서양의학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의학은 모두 ‘의’를 파헤치고 들여다보고 계발하기 위해 과학과 철학을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 가운데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과 ‘믿는 것만 보는 사람들’의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경향’이, 철학자들은 ‘믿는 것만 보는 경향’이 각각 있다. 과학은 ‘의심’을 학문의 먹이로 삼고 자라며, 철학은 ‘믿음’을 먹이로 삼아 변화해 간다.

동양의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경락과 경혈’은 서양의학에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의학이건 서양의학이건 공통으로 인정하고 믿고 의지하는 것은 우리 몸속에 내재하는 ‘자연치유력’이다. 우리 몸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으면 스스로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치유력이 제대로 작동하면 건강한 것이요, 작동하지 않으면 불(不)건강이요 병이다. 우리 몸 특정 부위에는 이런 자연치유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들이 있다. 그 ‘반응점’이 경혈이고 ‘반응선’이 경락인 셈이다.

수천 년 전통을 가진 동양의학에서는 바로 이 ‘반응점’을 자극함으로써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하고, 활성화된 자연치유력이 병을 낫게 하고 건강을 유지시킨다는 이론을 고수하고 있다. ‘경혈’이라는 반응점을 바늘로 자극하는 치료법이 침술이요, 작은 열로 자극하는 것이 ‘뜸’이며, 압력으로 자극하는 것이 ‘지압’이고, 빨아내는 음압(陰壓)으로 자극하는 것이 ‘부항(附缸)’이다. 여기서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자극’이다. 그래서 광선 초음파 레이저 전기 자기 등의 새로운 에너지원(源)을 사용해도 같은 점을 자극하면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과학에 앞서 탄생한 동양의학이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 신비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경혈을 자극하면 몸속 깊숙이 있는 장기의 혈관이 확장되기도 하고 수축되기도 해서 혈액순환의 변화와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경혈 부위의 피부는 전기 저항이 가장 낮은 지점이라는 사실 역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전기의 전도성이 가장 높은 지점이라는 뜻이다.

또 침이나 뜸으로 경혈을 자극하면 여러 가지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특히 통증이 있는 환자에겐 통증을 없애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엔도르핀의 분비 때문에 특별한 약 없이 침만 가지고도 수술을 할 정도의 마취가 가능한 것이다. 침으로 동물을 마취시키고 수술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침의 효과가 자기 암시나 최면 효과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동양의학은 동양의학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고, 서양의학은 서양의학 나름의 우수한 점과 제한점이 있다. 이 양자의 장점만 융합한다면 한 차원 높은 종합의학 또는 전일의학의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이 바로 이 같은 새로운 의학의 창출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나름대로 기대와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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