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이집트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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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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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이집트 보물’이라는 상점을 둘러본 적이 있다. 혹 부분을 누르면 울음소리를 내는 낙타 인형이 흥미로워 어디서 만든 것인지 봤더니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나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30년 집권 동안 국민의 절반 가까이를 일당 2달러에 살게 한 것과 20%의 국민을 실업 상태에 있게 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를 바란다.

이집트 경제는 시민 혁명 이후 곤두박질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집트가 워싱턴에 돈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그건 민주주의 이양을 완료하는 방법에 대해 이집트 군부와 조용하게 비밀 협약을 맺는 것이다.

2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대통령의 권한은 국방장관이 이끄는 최고군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이집트 유명 소설가 알라 알아스와니는 “우리는 성공은 했지만 권력은 잡지 못한 혁명을 했다. 혁명의 목표는 군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칭찬할 만한 것은 이집트 군부가 신속하게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새 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이 9월로 예정돼 있고 새 의회가 구성되면 헌법 개정을 주관할 것이다. 그 뒤에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서류상으로 훌륭해 보이고 국민투표도 통과한 것이지만 큰 문제점이 있다. 타흐리르 광장의 혁명은 민중으로부터 촉발된 자발적인 것이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총선이 9월에 치러진다면 이집트에서 유일하게 정당의 조직을 갖추게 될 조직은 지하에서 생활을 하다 갑자기 합법 조직이 된 무슬림형제단이다.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중 한 명인 에삼 엘에리안은 “국민이 완수한 혁명의 성과를 무슬림형제단이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타흐리르 광장에서 봉기를 실천한 온건주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무슬림형제단이다. 이집트의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는 “자유주의 정당들은 조직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모든 자유주의 그룹들은 하나의 주장 아래 뭉쳐 표를 분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9월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이 다수의 지지를 얻게 되면 헌법 제정 과정에 과도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여성과 술, 복장, 모스크와 국가의 관계 등에 구속과 제한이 가해질 것이다. 대선에 출마할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 의회가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 헌법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기 위한 돈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로부터 흘러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집트의 선거 논란에 개입할 수 없다. 미국의 개입은 군부와 거리를 두고 꾸려온 개혁가들의 성과를 약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미국 고위 관리들이 군부 지도자들과 조용하게 교감해 입법 과정에 점점 더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이집트 국민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요약하면 이집트 혁명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 감동적인 거리에서의 투쟁에서 벗어나 지금은 다소 지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이집트를 위한 법을 제정할 정치인들을 뽑는 중요한 시기다. 이집트가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아랍 세계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나는 오바마 행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갖길 바란다. 이것이 리비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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