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영]무상복지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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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한양대 교수 경제금융학부
이영 한양대 교수 경제금융학부
선진국 진입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예산도 매년 어떤 복지사업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올해 예산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무상급식 무상보육 논쟁이 부상하고 있다. 이 논쟁은 정당 간 공약대결 차원을 넘어 더 큰 틀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모습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복지제도의 중요한 세 가지 분야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 서비스이다. 사회보험은 질병, 실업, 산업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들의 강제 가입을 통해 사회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는 보편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공공부조는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초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보편이 아닌 선별적인 성격을 띤다. 또 ‘사회 서비스’라고 할 때는 교육, 의료, 돌봄, 주택 같은 삶에 관련된 기본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보편적이지만 재원 조달 방식에 있어서는 무상(정확히 말해 세금), 자기 부담 또는 조세와 자기 부담이 결합된 형태다.

우리는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사회보험제도들을 도입했고, 외환위기 이후 2000년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해 공공부조제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사회 서비스는 기본적인 의무교육제도와 공중보건제도를 1950년대부터 도입했지만 유아교육, 노인 돌봄, 급식과 통학 같은 본격적인 지원은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무상보육이나 급식은 사회 서비스 차원에서 어떤 형태의 지원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유아 교육이나 노인 돌봄, 교육 부가서비스 등에 대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성을 띠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늘 문제는 돈, 즉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식처럼 세금으로 모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건강보험처럼 비용 일부를 개인의 지불능력에 따라 스스로 부담하게 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차등 가격’ 방식이라고 한다. 차등 가격은 이용자가 지불능력에 따라 본인이 부담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형평성이 더 높고 조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효율성도 높다.

이에 비해 모든 재원이 세금으로 조달되어 이용자들의 추가 부담이 없는 무상 체제하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소비자라는 의식이 별로 없다. 서비스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해도 불만을 드러내기보다 도시락과 같이 대체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서비스 품질은 저하될 우려가 높다.

무상 복지가 갖는 이러한 불형평성, 비효율성,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의 단점으로 인해 복지 선진국에서는 차등 가격제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스웨덴처럼 아동 돌봄 이용료는 첫째 아이의 경우 부부 합산 총소득의 3%, 둘째 아이의 경우 2%, 셋째 아이의 경우 1% 식으로 차이를 두어 정해져 있다. 또 이용료에도 상한을 두어 형평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자녀의 경우에는 국가보조금 지급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사회 가치관의 변화, 저출산, 고령화, 소득불평등 악화 등으로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등가격과 같은 재정을 절감하면서도 형평성과 서비스의 품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영 한양대 교수 경제금융학부
#무상복지#예산#사회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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