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승주]北미사일이 노리는 것은 남한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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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의 대형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는 안보불감증을 넘어서 문제의 원인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잘못 폈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이 나돈다. 이번에도 ‘북한 미사일의 공격대상은 미국인데 왜 한국이 난리냐’라는 말들이 있다.

북한이 북-중 관계 악화와 국제사회 고립이라는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명백하다. 핵탄두 개발에서부터 이것을 실어 나를 추진체인 미사일까지 개발하는 핵무기 체계를 완성해 이걸 미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야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김정일시대 최고 치적으로 핵탄두 개발을 내세웠고,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인 2012년 4월 13일에 헌법을 수정하면서 핵무기 보유를 당당하게 적시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와 이를 실제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보통 미사일 개발은 특급 군사능력이어서 개발을 해도 감추려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은 국내외적으로 이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 체제는 이번에 발사를 성공시킴으로써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일부 안보전문가조차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긴 사거리를 고려할 때 대한민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말 우리 국민의 안보 경각심을 오도하는 위험천만한 논리다.

북한이 전면도발을 해올 경우 우리는 국군, 주한미군, 미국으로부터 증원되는 미군이 합쳐 전쟁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만약의 사태 때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핵무기를 장착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1차적으로 미국의 증원군 파견 결정을 막는 데 이용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은 남한이 제대로 전쟁을 치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울러 전쟁 상황에서는 식량을 비롯한 중요한 전쟁 수행 물자들을 국제사회로부터 구입 하거나 조달해야 하는데 북한의 미사일 협박이 두려운 나라들은 물자 공급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아니, 국제사회가 한국을 돕는 것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주변국 및 국제사회는 비록 우방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을 돕는 것보다 자국 국민들이 핵 참화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해외에 우리 평화유지군을 보내는데 100% 안전을 요구하는 우리 국민 여론을 보면 주변국의 이러한 입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 안보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나로호와 비교해 북한이 남한보다 우주기술이 높다고 칭찬하는데 이 역시 옳지 못한 시각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국가의 자원을 총집중하면 특정 분야에서 앞설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만 해도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무려 2000만 명이 굶어죽는 상황에서도 중소분쟁으로 안보가 취약하다는 판단하에 핵무기 개발에 집중해 1964년 핵무기를 개발했다. 인도 파키스탄 역시 우리보다 훨씬 가난하지만 핵개발을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해 성공했다. 북한도 백성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인적 물적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두 쏟아 붓고 있다.

이번 미사일이 ‘군사용이냐 상업용이냐’ 하는 논란 역시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위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정보공개 등 국제사회를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 게다가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종류의 로켓 발사도 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의 룰을 어기면서까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이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면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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