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솟대는 인간의 희망을 담은 하늘을 향한 메신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능강솟대문화공간’ 윤영호 관장… 개관 10주년 맞아 17일까지 기념전
“연말엔 美공원에 솟대작품 설치”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명인명품 명소화 대상으로 선정된 능강솟대문화공간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이곳을 만든 조각가 윤영호 관장이 솟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명인명품 명소화 대상으로 선정된 능강솟대문화공간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이곳을 만든 조각가 윤영호 관장이 솟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솟대는 인간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늘을 향한 희망의 메신저입니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금수산 자락에 ‘솟대’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전시 및 체험 공간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2005년 4월 개관한 솟대문화공간은 조각가인 윤영호 씨(70)가 관장을 맡고 있다.

솟대는 기러기나 오리 등 새를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을 말한다. 고조선시대로부터 시작돼 삼한시대에는 소도(蘇塗·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지)에 솟대를 세워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기원했다.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 총회에서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공식 상징물로 선정됐다. 솟대문화공간에는 2006년 광주비엔날레 주제 출품작인 ‘열풍 변주곡’ 등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구성된 80여 점의 솟대 등 4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윤 관장은 1985년 솟대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현대미술관장으로 있던 그는 권옥연 화백의 ‘산마을’이라는 작품에서 솟대를 발견하고 ‘희망의 메시지’에 빠져들었다. 이후 솟대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지고 민속학자와 역사학자들을 찾아다녔다. 1988년 가을 미술관장직을 그만두고 경기 판교 광교산 자락에 친구의 오두막집을 빌려 솟대를 깎기 시작했고, 5년 뒤 첫 솟대조각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솟대는 여느 것과는 달리 자연 그대로를 담아낸다. 조각이지만 가지를 자르고, 홈을 파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세우는 것이 전부. 윤 관장은 “하늘에 인간의 희망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인공의 냄새가 강하면 안 된다”라며 “인위적이고 정형화되어 정(靜)적인 모습의 기존 솟대와 달리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동(動)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로 작업 공간을 옮긴 그는 2005년 현재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뒤 홍익대 회화과 출신인 둘째아들 태승 씨(40)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 특별 초대전, 국회 의원회관 희망솟대 퍼포먼스, 청와대 영빈관과 대통령 옛 휴양시설 청남대 등에 조형물 설치 작업, 오송세계뷰티박람회 작품 전시 등 활발한 전시 및 설치 작업을 해왔다. 2007년에 이곳을 찾았던 도올 김용옥은 ‘차세하유 경선경 소도개벽 신천지’(此世何有 更仙境 蘇塗開闢 新天地·세상 어디에 이런 선경이 있겠는가. 솟대를 세운 신성한 성지가 처음 열리니 이곳이야말로 신천지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한 해 수만 명이 찾는 솟대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윤 관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제천시와 자매결연을 한 미국 워싱턴 주의 스포캔 시를 찾아 그곳에 조성하는 공원에 솟대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소통의 메신저인 솟대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관장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17일까지 기념전을 열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 043-653-6160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솟대#메신저#윤영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