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강은 말이 없고… 서울시는 오락가락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원순의 한강, ‘미래성장동력’서 ‘공동체의 장’으로…

얼마 전 정부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주요 사회간접자본(SOC)을 포함한 국유재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다. 그 결과 한강이 24조1000억 원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서울 한가운데를 동서로 관통하는 한강은 매년 6000만 명이 찾고 있어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지닌 곳이다.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968년 1차 한강종합개발이 시작된 이후 1980년대 한강시민공원이 조성됐고 최근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한강은 시민의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꾸준히 변화시켜왔다.

○ 미래 성장동력 vs 한강공동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부터 시작된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10월 당선되며 사실상 종결됐다. 오 전 시장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한강이 미래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며 도시의 공간구조를 한강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사업비 7332억 원을 들여 33개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까지 25건을 완료했다.

당시 시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비롯해 한강변에 문화기반시설을 조성하고 나아가 국제 여객선터미널을 만들어 중국 동부 연안의 주요 도시까지 뱃길을 연결하는 서해주운 사업을 구상했다. 이와 함께 한강변에 위치한 여의도 용산 마곡 상암 잠실 등 서울 시내 곳곳을 한강과 함께 개발해 서울의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에 박 시장은 취임 이후 한강을 공동체 회복의 열쇠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미 서해뱃길 사업은 사업조정회의를 열어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오 전 시장이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교 아래에 있는 노들섬에 6375억 원을 투입해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 등을 만들려던 계획도 백지화한 뒤 이곳 일대 2만여 m²(약 6060평)에 5월부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공원을 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마을 공동체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박 시장은 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시민 중심 한강문화를 조성해 한강을 매개로 한강공동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9월까지 한강 자연성회복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학술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 청계천과 함께 한강도 복원


박 시장은 개발논리가 앞선 오 전 시장의 한강 구상에서 벗어나 공동체 중심의 생태한강을 만들기 위해 3월 한강복원시민위원회 운영을 시작한다. 이후 4월부터 한강 보존·복원 및 이용에 대한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김형모 씨(45)는 “아파트만 빽빽이 들어선 한강변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며 “비가 많이 오면 만날 물에 잠기는 곳에 텃밭을 만든다는 발상은 너무 구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이소현 씨(37·여)는 “있는 그대로 한강을 보존하면서 발전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한강을 찾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한강복원시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올해 9월까지 기본계획을 세운 이후 한강을 어떻게 복원해 나갈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