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9월 27일]1962년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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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DDT(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에 벼락이 떨어졌다. 레이첼 카슨(1907~64) 여사가 ‘침묵의 봄’을 출간한 것이다. ‘자연은 침묵했다. 봄이 왔지만 침묵의 봄이었다…’고 시작되는 그 저서는 DDT에 대한 고발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일찍이 DDT의 발견자에게 노벨상을 주었으니 그 사형 논고자인 카슨 여사에게도 노벨상을 주자고 주장한 일이 있다.”(동아일보 1972년 6월 19일자 3면)

앞서 약 1년 전 동아일보 칼럼에선 ‘DDT의 부작용은 그 발견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여성에 의해 경세의 종이 울려짐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그 사용이 제한되었다’(1971년 4월 9일자 5면)고 소개했다. 한 여성이란 레이첼 카슨이다.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던 그가 1962년 9월 27일 출간한 ‘침묵의 봄’이 바로 ‘경세의 종’이었다.

이 책은 농약제조업체와 화학업계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소송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아름다운 문학적 문장으로 시작되는 ‘침묵의 봄’이 살충제 DDT를 고발한 저서여서다. 책 제목 ‘침묵의 봄’이란 새가 울지 않는 조용한 봄을 가리킨다. 해충을 잡고자 나뭇잎 뿌려진 DDT가 지렁이에게로, 종달새에게로 옮겨졌다. DDT는 체내에서 좀처럼 분해 되지 않는 오염물질이기에 새의 죽음을 이어진다는 비판이었다. DDT는 해충을 박멸하는 기능으로 인해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을 퇴치하고 농작물의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한 위력적인 화학제품. 하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인용해 무분별한 기술과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동아일보 1972년 6월 19일자 3면 사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인용해 무분별한 기술과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동아일보 1972년 6월 19일자 3면 사설.

4년에 걸친 꼼꼼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살충제의 생태 영향에 관한 연구를 담은 ‘침묵의 봄’이 이 문제를 고발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고 끝내 DDT 사용은 금지됐다. ‘침묵…’은 혁신적으로 보이는 과학기술이 어떤 환경오염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깨우쳐 주는 책이 됐다. “미국 명문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어권 논픽션’ 중 5위에 올랐다.‘(1999년 5월 3일자 11면)

최근 국내에서도 살충제 계란 사태가 빚어졌다. 진드기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피프로닐을 함유한 계란이 국내에서 발견되면서다. 피프로닐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쓰여 왔다. ’한국판 침묵의 봄‘으로도 여겨지는 이 사태를 계기로 독성 오염물질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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