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디엘 직원들이 야구장과 볼링장에서 문화회식을 하고 있다. 티디엘은 저녁 술자리 중심의 회식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점심회식과 문화회식을 권장하고 있다. 티디엘 제공
안 대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뒀다. 결혼하며 티디엘을 그만뒀다가 둘째가 세 살이 된 2011년 재입사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웹디자이너의 특성상 야근이 잦아 평일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다.
“회사에서 가정이 있는 저를 많이 배려해줬지만 그래도 야근은 많았죠. 집에 돌아가 이미 잠든 아이들을 볼 때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칼퇴근’ 문화가 정착하는 데는 1년이 걸렸다. 그 1년간 회사는 회의 문화를 바꾸고 업무 지시와 보고 방식을 간소화했다. 무엇보다 거래처의 협조를 구하는 게 중요했다. 회사의 유연근무제를 기획한 황성필 차장(39)은 “오후 6시 반 이후에는 업무 전화를 삼가 달라고 거래처에 요청해도 한동안은 전화가 왔다”며 “내선전화 수신음에 퇴근시간이 몇 시인지 알리는 음성을 넣고 미팅할 때마다 티디엘의 근무 혁신 내용을 안내했더니 차츰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주 52시간을 넘는 초과 근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안 대리는 “금요일 오후에는 가족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아이들이 이제 금요일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금요일 일찍 퇴근해서 친구를 만나거나 나 자신을 위해 쓸 생각”이라며 “일찍 퇴근해서 생기는 2시간이 짧지만 참 유용하더라”라고 덧붙였다.
티디엘 직원들은 근무 혁신으로 일의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 IT개발 부서로 입사한 임현아 주임(28)은 “바쁠 때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야근을 했는데 지금은 야근을 아예 하지 않는다”며 “업무 방식이 효율적으로 바뀌었고 집중도도 높아져서 일에 차질이 생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임 주임은 2017년 이후 가장 크게 변한 것으로 금요일 저녁 이른 퇴근과 한 달에 한두 번 있던 저녁 회식이 사라진 점을 꼽았다.
“건강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아서 회식 자리에 가면 늘 소외감이 들었어요. 근무 혁신이 일어나면서 회식도 주로 점심에 하니 개인 시간도 확보되고 일석이조입니다.”
회사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회식 문화를 바꾸기 위해 1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 회식을 끝내자는 ‘1·1·2 회식 문화’ 캠페인을 벌였다. 저녁 대신 점심에 모여 맛있는 것을 먹는 점심회식이나, 볼링장 야구장에 함께 가는 문화회식을 권장했다. 팀원들과 볼링을 치며 회식한다는 안 대리는 “술자리에서도 상사는 어렵기 마련인데 같이 운동을 하면 다들 동료로 느껴지고 좀 더 영차영차 하는 분위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유신 티디엘 대표(46)는 “근무 혁신을 위한 노력에 쉼표나 마침표가 있다면 직원들이 믿고 따라올 수 없다”며 “새로운 근무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직원들이 회사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송혜미 기자 1am@donga.com